[국내뉴스]
시벨 케킬리, “슬펐지만 자유로움 느꼈다”
2004-10-14

독일 영화 <미치고 싶을 때> 여배우 회견

"없애지 않으면 (괴로움은) 점점 더 커지거든요. 부모님을 생각하면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 수상작 <미치고 싶을 때>(원제 Head on.11월12일 개봉)의 여배우 시벨 케킬리(24.Sibel Kekilli)(사진은 <미치고 싶을 때>의 시벨 케킬리)가 12일 저녁 서울 종로의 한 커피숍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미치고 싶을 때>는 보수적 가족을 벗어나기 위해 결혼한 이슬람 교도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그가 연기하는 여주인공 시벨은 터키계 독일인으로 보수적인 가족을 벗어나기 위해 마약중독자인 터키계 남성과 위장 결혼을 한다.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이 영화가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덕분.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는 케킬리씨는 "부산영화제에서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아 무척 기뻤다"고 소감을 밝히며 "특히 상영이 끝난 영화표를 간직하고 있다가 지나가는 나를 알아보고 사인을 청한 팬들의 정성에 감격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베를린영화제에서 호연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그는 시상식 다음날 포르노영화에 출연한 전력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주인공처럼 독일에 사는 터키계로, 일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서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과거'에 대한 조심스러운 물음에 그는 "오히려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답했다. "독일 속담에 '없애지 않으면 점점 더 강해진다'라는 말이 있어요. 부모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슬퍼지지만 이미 극복했으니 이제는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독일영화로 18년만에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 <미치고 싶을 때>는 독일 개봉 당시 터키계 독일인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예술영화로서는 드물게 전국 80만명의 흥행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그는 "당시 영화가 터키계 가족들을 보수적이고 강압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사실적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지만 사실은 이보다 더 심한 경우도 많이 봤다"며 "사회나 문화, 가족이 정해 놓은 규율에 맞춰 살기보다는 자신에 맞고 또 스스로가 선택한 삶을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독일영화계의 경향에 대해 묻자 그는 "독일도 한국처럼 자국의 영화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동안 할리우드 영화가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독일 영화가 국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자국의 문화와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다. 프랑스나 한국, 터키처럼 독일 정부도 자국 영화를 장려하는 정책을 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