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공포영화의 반란, <그러지> 미국 박스오피스 2주연속 1위
2004-11-01
글 : 고일권

31일 할로윈 데이가 특수로 작용했던걸까. <주온> 리메이크작인 공포영화 <그러지>(The Grudge:원한)가 2주연속 미국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2천2백4십만불을 보탠 <그러지>의 흥행누계는 벌써 7천백만불을 넘었다. 이정도 흥행력이면 3주차에 9천만불에 육박하고 4주차에는 가볍게 1억불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공포영화 <그러지>의 흥행에는 이리저리 살펴볼게 많다. 우선 B급장르로 인식되는 공포영화는 미국에서도 대박을 내기가 쉽지 않다. 역대 미국 박스오피스 탑 100에도 공포영화는 단 세편뿐이다.(<죠스>가 2억6천만불로 28위, <엑소시스트>가 2억불로 54위, <한니발>이 1억6천만불로 97위 정도) 간혹 공포영화가 박스오피스에 1위로 데뷔하긴 하지만 2주연속 정상자리를 지키기도 어렵다. 올해 미국에서 1위에 올랐던 공포영화는 지난 3월 2천7백만불의 성적으로 데뷔한 <새벽의 저주>와 8월에 천8백만불로 1위에 올랐던 <엑소시스트 : 비기닝> 정도다. 두 영화 모두 <그러지>의 첫주 데뷔 성적 4천만불에 한참 못미치고 2주차부터는 순위에서 급락했었다. 이런 상황이고 보면 <그러지>가 <레이>(Ray), <톱>(Saw) 등 전국적으로 개봉한 신작들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2주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은 다소 의미심장하다.

게다가 <그러지>는 <주온>의 원작 감독인 시미지 다케시가 그대로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소재고갈에 허덕이는 할리우드가 일본, 한국, 홍콩 등 아시아에서 히트친 영화들의 판권을 무더기로 사들이는 현상도 꽤 됐지만, 할리우드의 생리를 잘 모르는 원작 감독에게 메가폰을 쥐어주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그러지>가 소니픽쳐스 제작 작품이라고 해도 말이다. 고어 버번스키가 감독했던 <링>이 재작년에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도 어느정도 반향은 일으켰지만 <그러지>만큼은 아니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리메이크 작품은 원작감독에게 맡기는게 위험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메이저 제작사들이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그러지>는 고작 천만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졌다. 첫주에 벌써 제작비의 4배를 뽑은 <그러지>는 최종적으로 북미지역 극장흥행수익만 10배 이상을 건질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다 해외개봉, 방송판권 판매, DVD 제작 등 부가수익까지 고려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낸 사례연구로 경제학 교과서에 나와도 손색이 없다. <그러지>가 공포영화도 흥행력이 있다는 사실과 리메이크 작품에는 원작감독이 적합하다는 명제를 확인시켜주기 위해서는 장기흥행이 관건이다. 4주차에 1억불을 돌파하고 최종 흥행누계가 1억 5천만불만 돼도 <그러지>의 이런 흥행이 한때 이상현상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7살때 시력을 잃고 선글라스를 쓴 채 피아노를 친, 온 미국인이 사랑했던 ‘소울의 아버지’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레이>(Ray)는 2천만불의 성적으로 2위에 데뷔했다. 1위인 <그러지>와는 고작 2백만불 차이. 아쉽게 분패한 셈이다. 뭣보다 개봉관수에서 크게 차이가 났다. <그러지>가 3,348개의 극장수를 유지한 반면, <레이>는 2,006개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2시간 반이 넘는 다소 긴 런닝타임도 흥행에는 악재겠지만 시카고 선 타임즈의 로저 에버트와 시카고 트리뷴의 마이클 윌링턴 등은 평점 A를 주는 등 평단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우리에게는 <사관과 신사>로 친숙한 테일러 헥포드가 감독을 맡았고, <콜래트럴>의 흑인 택시기사 맥스로 분했던 제이미 폭스가 주인공인 레이 찰스를 연기했다.

<레이>(Ray)와 같이 개봉한 공포영화 <톱>(Saw)은 천7백4십만불의 성적으로 3위에 올랐다. 공포영화 성적으로는 쾌조의 스타트다. 극장수는 2,315개로 <레이>보다 약간 많다. <샤크>(Shark Tale)의 주말성적은 천만불 밑으로 떨어졌다. 주말을 지나면서 8백만불을 보탠 <샤크>는 4위를 기록해 전주보다 두계단 더 하락했다. 흥행누계는 1억4천7백만불 정도. 극장수는 3,381개로 개봉영화중에서 가장 많다.

첫주에 4위, 2주차에 3위였던 <셀 위 댄스?>(Shall We Dance?)는 3주차에 두계단 더 하락해 5위를 기록했다. 현재 누계는 3천4백만불 정도로 5천만불선에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데이 나이트 라이트>(Friday Night Lights)는 6위, <샤크>와 마찬가지로 개봉 5주차인 <래더 49>(Ladder 49)는 7위를 기록했다. <래더 49>는 2위로 데뷔한 이래 더딘 낙폭을 유지하며 누계는 6천6백만불을 넘겼다. <팀 아메리카

:세계경찰>은 전주 5위에서 8위로 눈에 띄게 떨어졌다. <크리스마스에 살아남기>(Surviving Christmas)와 <택시>(Taxi)가 각각 9위와 10위로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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