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미국 극장가에는 할로윈(10월31일)을 겨냥한 호러, 스릴러영화들이 대거 개봉됐다. 특히 올해는 CGI로 장식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는 다양한 소재의 저예산 독립영화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는 할리우드영화 <언더월드>와 리메이크 버전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 <무서운 영화3> 등이 인기를 끈 반면 올해에는 소니픽처스의 <그러지>를 제외하면 <톱>(Saw), <언더토>(Undertow), <인듀어링 러브>(Enduring Love), <기계공>(The Machinist), <프라이머>(Primer), <숀 오브 더 데드>(Shaun of the Dead) 등 대부분이 저예산영화다.
호러영화인 <톱>(사진)은 할로윈에 맞춰 10월29일 개봉된 작품. “크랭크톱 킬러”(Jigsaw Killer)라는 별명의 연쇄살인자가 두 남자를 납치해 족쇄를 채워 감금한다. 이들에게는 몇 가지 물품이 주어지는데 이중 하나가 톱이다. 처음에는 톱으로 족쇄를 끊으려고 하지만, 두 남자는 킬러가 원하는 것이 톱으로 족쇄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신체의 일부를 잘라 탈출을 시도하라는 것임을 알게 된다. 역시 호러영화인 <숀 오브 더 데드>는 좀비호러 장르를 코믹하게 다뤄 지난 봄 영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뒤 미국에서도 소개돼 젊은 호러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스릴러 <기계공>는 주인공 크리스천 베일이 약 29kg를 감량해 화제가 된 작품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며 1년간 잠을 못 자서 서서히 이성을 잃어가는 기계 수리공의 이야기다. <노팅힐>의 로저 미첼이 감독한 <인듀어링 러브>는 꼬마를 태운 채 줄이 풀려버린 기구를 잡기 위해 달려갔던 5명 중 하나가 사고로 사망한 뒤 이중 한명이었던 대학교수 조 로즈가 또 다른 남자 제드 패리에게 스토킹을 당한다는 내용이다. 신인감독 셰인 카루스가 연출한 <프라이머>는 7천달러의 제작비를 들여서 화제가 된 작품으로, 애브와 애론이라는 발명가가 우연하게 타임머신을 발명하게 된 뒤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공상과학 스릴러다. 평론가들은 <프라이머>가 <터미네이터>나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액션보다는 심리적으로 스릴을 준다고 평했다.
<조지 워싱턴>과 <올 더 리얼 걸스>(All the Real Girls)로 눈길을 끌었던 신예감독 데이비드 고든 그린이 연출한 <언더토>는 미 남부지방의 고딕 공포소설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스타일리시한 작품이다. 어머니가 죽은 뒤 아버지 존과 고립된 생활을 하던 두 형제 크리스와 팀에게 자유분방해 보이는 삼촌 딜이 찾아온다. 처음에 딜은 지루한 생활에 활력을 주는 듯했지만, 사실은 아버지가 존과 자신에게 남겨준 금화를 찾으러온 것. 그림 형제와 마크 트웨인의 이야기를 읽는 듯한 이 작품은 탄탄한 이야기 구조는 물론 <빌리 엘리어트>의 제이미 벨과 더모트 멀로니, 조시 루카스, 데본 앨런 등의 연기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