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이하 <하울>)이 3주째 일본 박스오피스를 몰아치고 있다. 지난달 11월 20일 448개관에서 개봉한 <하울>은 개봉 9일만에 350만명을 돌파하고 지난주에는 500만명을 훌쩍 넘겼다. 12월 5일(일)까지의 정확한 집계수는 521만 9,176명. 배급사 도호는 16일만에 500만명이 넘은 국내작품은 하야오의 전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유일하며, 외화로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뿐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영화전문 사이트 에이가닷컴(www.eiga.com)은 지금까지 <하울>의 공식적인 흥행수익은 알려진바 없으나 관람요금이 1400엔 전후이므로 총수입은 70억엔(7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보다 일주일 먼저 개봉한 픽사의 신작 <인크레더블>은 <하울>을 물리치지 못하고 2위로 데뷔했다. <인크레더블>의 스크린수는 689개로 <하울>의 1.5배에 달하는 매머드급이지만 <하울>이 고른 연령층에 어필한 반면 <인크레더블>은 어린이들이 선호해 관객파이가 그만큼 작았다. 전야제를 포함한 <인크레더블>의 이틀간 수익은 대략 7억5천만엔(75억원)으로 이는 픽사의 전작 <몬스터 주식회사>의 126%, <니모를 찾아서>의 67%에 달하는 오프닝 성적이다. 하지만 스크린 수와 상영횟수가 서로 다르므로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
3위는 50년 이상 이어져온 고질라 시리즈의 최종판 <고질라 파이널 워즈>가 차지했다. 이틀간 15만 9천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주말 흥행수익은 1억 9천만엔으로 작년에 개봉했던 <고지X하무>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배급사 도호가 밝힌 <고질라 파이널 워즈>의 최종 흥행목표는 20억엔으로 고질라 시리즈 누계 관객 1억명을 돌파할 수 있을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영 6주차를 맞이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신작들의 공세로 2계단 하락한 4위를 기록했고, 지난주에 3위로 데뷔했던 <폴라 익스프레스>는 2주차에 2계단이 더 떨어져 5위에 올랐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미국 개봉당시 시원찮은 성적을 내다가 뒤늦게 관객이 늘면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고 있는데 일본에서도 미국과 같은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병헌, 최지우 주연의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2계단 더 떨어진 6위로 밀려났다. 이 영화의 수입/배급사인 도시바 엔터테인먼트의 애초 목표인 일본내 흥행 1위은 처음부터 다소 어려워 보였지만 이 정도 성적으로는 <스캔들>의 최종수익 8억엔에 도달할지도 미지수다. 일본도 본격적인 겨울극장가 시즌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일본작품과 할리우드 작품 속에서도 나름대로 선전중이라고 볼 수 있다.
7위는 상영 6주차에도 낙폭이 더딘 편인 <콜래트럴>이 차지했다. <콜래트럴>은 1위에는 한번도 오르지 못했지만 장기흥행하는 중이다. <스카이 캡틴:월드오브투모로우>는 1주차에 5위로 데뷔하고 2주차에 8위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다. 국내관객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