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 짜이 워먼 따오 러 민쑤춴….” 끊임없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는 기자들의 과열 취재 속에서도 문근영은 틈만 나면 중얼중얼 대사를 외운다. 잠시 뒤 관광가이드가 되어 중국말로 유창하게 한국민속촌을 소개해야 하는 장면의 촬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어 외우기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문근영은 활짝 웃으며 “열심히 해야죠”라고 짧게 대답한다. 취재용 카메라와 기자들, 구경온 관광객까지 문근영을 계속 따라다녀 문근영의 폭넓은 인기를 실감케 한 이 진풍경 속에 문근영은 상냥하게 모든 사람들을 대해 역시 인기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용인 민속촌에서 있은 이날 촬영분은 영화 속 상상장면으로, 영새(박건형)와 위장결혼을 해서 한국에 들어온 옌볜 소녀 장채린(문근영)이 공항 출입국관리소에 둘이 어떻게 만나 사랑이 빠져 결혼했는지를 가짜로 지어내어 신고하는 장면이다. 영새는 관광버스 기사로, 채린은 중국인 관광가이드로 일하다 만나 사랑하게 되어 결혼했다는 스토리로, 영화 <댄서의 순정>에서 가장 코믹한 부분이다. 그래서 다소 유치하게 오버하라는 박영훈 감독의 주문에 문근영과 박건형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슛 사인이 나기가 무섭게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슬금슬금 옆자리로 다가오는 영새를 싫지 않은 듯 곱게 외면해보는 채린,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 쥐죽은 듯 조용하던 촬영장은 웃음바다가 된다.
해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 마음이 바빠진 촬영팀은 서둘러 민속촌의 한 농가로 이동한다. 바야흐로 이제껏 갈고 닦은 문근영의 중국어 실력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다. 중국인 선생님이 녹음해준 테이프를 들으며 공부했다는 문근영의 중국어는 나름대로 완벽해 보인다. 마치 진짜 중국인 가이드인 줄 착각할 정도로. 일사천리로 촬영이 끝나는가 싶더니 어디선가 “어이 뭐 하는 것이여?”, “나도 몰러∼” , 옆 농가의 지붕얹는 작업을 하던 인부들의 정겨운 추임새로인해 연신 촬영이 중단되었다. 애가 탄 감독이 “아저씨들 제발 1분만 조용히 해주세요”라며 읍소하여 겨우 촬영을 마친 감독은 “하오”라는 중국어로 오케이 사인을 대신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영화 <중독> 이후 2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박영훈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이자, <어린 신부> <제니, 주노>에 이은 컬처캡미디어의 세 번째 작품이 될 <댄서의 순정>은 언니 대신 한국에 온 옌볜의 가짜 댄서 장채린과 그녀를 초청해 스포츠댄스 경연대회 우승을 노리는 진짜 댄서 나영새의 알콩달콩 쌉싸름한 사랑 얘기를 그릴 영화다. 원래 뮤지컬 배우인 박건형과 하루 10시간씩 꼬박 2개월간 춤연습에 매달렸던 문근영의 멋진 라틴댄스 솜씨를 시원한 스크린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시기는 내년 4월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