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그렁그렁’하게 생겼다. 에미 로섬은. 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 떨어뜨릴 것 같은 눈동자라니. <오페라의 유령>에서 에미 로섬이 를 부를 때, 관객은 그 깃털 같은 목소리보다 먼저 “상상해보라”고 말을 걸어오는 쏟아질 듯한 두눈의 반짝임에 압도당한다. 영롱한 눈동자로 오페라의 ‘팬텀’을 사로잡은 에미 로섬의 나이는 이제 겨우 열일곱, 1986년생이다.
한국 관객이라면 <투모로우>와 <미스틱 리버>에서 에미 로섬을 만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미스틱 리버>의 경우엔 아예 일찌감치 살해된 모습으로 등장할 만큼 두 영화 속 출연분량은 그리 길지 않다. 그러나 특유의 눈망울과 섬세한 표정 덕에 이 어린 배우는 항상 뜻밖의 재난을 겪는 험난한 역할들로 관객 앞에 서왔다. 에미 로섬의 작은 얼굴 속에 드러나는 두려움과 호기심의 미세한 균열들이 열일곱 소녀를 위태로운 역할 속으로 내몰았으리라.
그중에서도 <오페라의 유령>이 가장 큰 도전이었던 건 사실 당연하다. 에미 로섬뿐 아니라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에미 로섬의 캐스팅은 모험이었다. 사라 브라이트만의 출연이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의 이혼으로 고사된 뒤, 앤 해서웨이(<프린세스 다이어리>), 키라 나이틀리(<러브 액츄얼리>) 등의 ‘꽃소녀’들이 물망에 오르지 않았던가. 그러나 7살 때부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팀의 단원으로 활동했던 ‘준비된 가수’ 에미 로섬은 대번에 주인공 역을 따냈다. <오페라의 유령>을 극장에서는 본 적도 없고, 그저 오리지널 CD만 열심히 들었다는데도 말이다.
이 새로운 ‘크리스틴’ 에미 로섬은 <오페라의 유령>을 채우면서도 또 비워내는 역할을 한다. 에미 로섬의 노래는 가늘지만 심지있는 소프라노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귀를 때리는 연주 속에서도 결코 파묻히지 않는 낭랑한 울림이 관객의 가슴을 채우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화려함이 넘쳐나는 <오페라의 유령>에서 가녀린 외모와 목소리로 관객의 눈과 귀에 ‘쉼표’를 찍어주기도 한다. 이 열일곱의 소녀가 눈물처럼 영화의 감동을 채웠다가 비워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에미 로섬이 사라 브라이트만의 대타가 아닌 자신만의 ‘크리스틴’의 영역을 만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공주 같은 드레스를 맘껏 입을 수 있어 너무 즐거웠다”는 말에서 ‘키돋움’할 날이 많은 소녀구나 싶지만, 올해 ‘전미비평위원회’의 신인여우상을 따낸 에미 로섬의 열일곱은 그만큼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또다시 영롱한 별자리를 향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