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내 캐릭터만 튀어볼 생각 없다” <달콤한 인생>의 배우 김뢰하
2004-12-16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살인의 추억>에서 단순과격하지만 우직했던 형사 조용구를 잊을 수 없다. 용의자에게 군홧발로 고문하던 대가로 다리가 잘려나갔던 그 인상 깊은 캐릭터는 배우 김뢰하에게 빚지고 있다. 영화계가 연극계에 빚지고 있는 형국 그대로 김뢰하는 연우무대 등에서 잔뼈가 굵은 ‘탄탄한 개성파’ 배우. 그가 이번에는 김지운 감독의 액션누아르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행동파 넘버2 ‘문석’으로 등장한다. 12월7일 양수리 종합촬영소에서 조직의 경쟁자 선우(이병헌)를 향해 술병을 깨며 평소에 쌓인 앙금을 뿜어냈다. 형사에서 조직 간부로 ‘전직’한 그를 그 현장에서 만났다.

-<살인의 추억>에서 촌구석의 무식한 형사였는데 잔머리 굴리는 비열한 조직원으로 변신한 것 같다.

조용구 형사는 아주 단순하고 무식했다. 못 배워서 그런 건데 그게 오히려 순박했다. 자기하는 일이 나라를 위해서도 옳다고 굳게 믿는. 여기선 자기 이해에 충실해 경쟁자를 쓰러뜨리려 일도 꾸밀 줄 안다. 일신의 이해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에서 조 형사와 다르다.

-연기의 방점을 어디에 찍고 있는지.

문석은 의지적으로 스스로 행동하려는 인물이다. 보스에게는 잘 보이려고 하고, 부하들은 어떻게든 휘어잡으려고 하는 조금은 비열한 인간이다. 상대 캐릭터와 마주쳐서도 말투나 행동에 그런 의지가 묻어나게 하려고 한다. 수동적이었던 조 형사와 반대다.

-남자배우들이 무더기로 등장하는데 자기 스타일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사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배우가 열댓명 나오는데, 어떻게 내 캐릭터를 눈에 띄게 할까 하는 질문 같은데 솔직히 그런 거 없다. 다른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니까. 문석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행동양식을 보일까만 고민한다. 그게 어떤 스타일로 나올지는 나중에 스크린을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봉준호 감독과 김지운 감독은 어떻게 다른가.

추구하는 큰 덩어리, 대전제는 같으나 그걸 표현하는 디렉션에선 차이가 있다. 봉 감독은 워낙 나를 잘 알아서인지 자세한 말없이 그냥 상황을 던져주고 연기하게 한다. 반면 김 감독은 리허설 때 섬세하게 다듬듯 흐름이 이러니 이렇게 잡아가 달라고 구체적으로 주문한다. 그리고 봉 감독은 보기보다 아주 털털한데 김 감독은 불편하리만치 말수가 없고 섬세하다.

-어떤 누아르가 나올 것 같은가.

이렇게 정통 누아르의 공식을 지향한 영화는 근래 한국영화에서 없었던 것 같다. <게임의 법칙>이나 <테러리스트> 같은 영화는 퓨전 느낌이었다. 구조도 그렇고 어둡게 가다가 밝게 가기도 하고. <달콤한 인생>은 구조부터 색감, 질감, 캐릭터가 모두 강한 콘스라스트를 주는 FM적인 누아르다.

사진제공 영화사 봄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