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DVD]
[DVD vs DVD] 그 뒤엔 스티븐 킹이 있었다
2005-01-07
글 : 조성효
<샤이닝> vs <세여인>

데이비드 린치가 악몽 같은 <이레이저 헤드>를 선보이던 1977년, 로버트 알트먼은 자신이 꾼 실제 악몽을 토대로 <세여인>을 만들었다. 안팎으로 어려웠던 시절 알트먼은 꿈속에서 잉마르 베리만 및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와 조우하며 차기작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것이다(여기엔 <캐리>의 시시 스페이섹이 출연하여 피 같은 소스를 쏟는가 하면 셜리 듀발 역시 캐리마냥 온몸에 피를 묻히기도 한다. 감독도 DVD 코멘터리에서 <캐리>와의 연관성을 언급한다).

셜리 듀발을 발견하고 그녀를 배우로 만든 것은 알트먼이지만(<세여인>은 그녀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그녀의 모습을 각인시키게끔 만든 것은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이다. 잭 니콜슨의 아내로 출연한 그녀는 인상적인 표정으로 영화를 더욱 미친 분위기로 몰고 갔다. <세여인>을 보며 떠오른 것은 큐브릭이 셜리 듀발을 캐스팅한 이유가 분명 <세여인>을 봤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과 두 영화가 닮았다는 생각이다. <세여인>이 남자를 제거한 뒤 한 가족을 이루는 여자들의 이야기라면 <샤이닝>은 가족을 제거하려다 죽는 가장의 이야기다. <샤이닝>은 <세여인>에 이어 꾸는 또 한편의 악몽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두 영화에는 닮은점이 있다. 알트먼이 사용한 쌍둥이의 이미지나 그림 속의 미로, 거울 이미지도 공교롭게 큐브릭에 의하여 사용된다. 하지만 그 때문에 닮은 것은 아니다. 알트먼이 참조한 이미지인 <캐리>의 원작자가 누구였던가? 그리고 <샤이닝>의 원작자는? 결국 두 영화의 분위기가 닮은 것은 그뒤에 스티븐 킹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큐브릭의 DVD 박스 세트는 2회에 걸쳐 발매된 바 있다. 99년 발매된 7장짜리 박스 세트가 기대치를 밑도는 퀄리티로 많은 원성을 들었고 결국 <아이즈 와이드 샷>과 다큐멘터리 <영화 속의 인생>을 포함한 9장짜리 두 번째 박스 세트가 출시됐다. 국내에선 2001년 발매된 큐브릭 박스 세트는 이 두 번째 박스 세트를 토대로 하고 있으나 그중 4편의 영화가 미수록됐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야 판권문제로 콜럼비아에서 별도 발매하였으니 그렇다치고 나머지 세편은 심의문제로 포함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중 감독의 유일한 호러영화인 <샤이닝>이 최근 심의를 통과하여 DVD로 ‘드디어’ 출시됐다. 극장 상영시 화면비는 1.66:1이었으나 감독 생전의 지시로 DVD는 1.33:1로 출시된 것이니 그 점은 이해하시길. DVD에는 큐브릭의 딸 비비안이 17살 때 촬영한 메이킹이 그녀의 코멘터리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