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온 1월20일(목) 오후 3시30분
비평이 늘 한목소리인 것은 아니다. <고하토>에 관한 일본에서의 비평이 극단적으로 엇갈렸다는 후일담을 들은 적 있다. 거장의 마지막 걸작이라는 호평도 있지만 반대의 의견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노년의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이 영화를 온전한 정신으로 만들었을까, 하는 회의적 시선도 있었단다. <고하토>는 논쟁을 일으킬 만한 요소가 충분하다. 시대극이지만 정통 시대극에서는 멀찌감치 벗어났으며 동성애에 관한 언급도 뚜렷하다. 이미 <감각의 제국>(1976)이라는 극단의 실험을 서슴지 않은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지만, <고하토>는 오시마 감독이 설계한 최후의 ‘추문’이라 표현할 만한 영화일지 모른다. 막부 말기 신선조라는 사무라이 집단에서 새로운 무사를 뽑는 선발대회가 열린다. 신선조의 무사 오키타 소지가 일일이 직접 상대하면서 선발을 하고 있다. 여기에 뛰어난 검술 실력을 지닌 미소년 카노와 타시로가 뽑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런데 카노는 뛰어난 미모로 여성뿐 아니라 남성마저도 홀리는 기묘한 청년이다. 그의 미모에 신선조 총장도 은근히 관심을 보이고, 타시로는 그를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신선조 내부에서는 카노에 대한 소문들이 돌기 시작하고, 살인의 전조가 포착된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은 이른바 쇼치쿠 누벨바그 출신이다. 그가 <사랑과 희망의 거리>라는 영화를 만들었을 때 비평가들은 영화제작사 이름에서 빌려온 ‘쇼치쿠 누벨바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오시마 감독 등 일군의 젊은 감독에게 기대를 걸었다. 이후 오시마 감독은 <일본의 밤과 안개>와 <한낮의 살인마> <교사형> 등의 문제작을 통해 일본 공산당의 노선 변경 때문에 좌절한 청춘의 스케치, 국가권력과 이데올로기에 관한 도전, 그리고 영화의 형식적 실험을 거듭했다. 영화 몽타주 이론을 새롭게 정립하고 브레히트적 희화화의 경지를 그처럼 능란하게 작품에서 풀어낸 감독을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시바 료타로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고하토>는 극히 중성적 매력을 지닌 카노라는 인물, 그리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성적 소동극을 다소 무미건조하게 그려내고 있다. 신선조 무사들이 미소년을 어떻게든 자신의 이불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권력과 검을 휘두르는 과정은 일본영화의 시대극 장르 자체를 풍자하는, 거대한 코미디라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고하토>는 일본적 전통과 일본영화의 과거에 저항했던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흥미로운 작품 중 하나로 칭하기에 어색한 구석이 없을 것이다. <고하토>엔 오시마 사단이라 할 수 있는 배우와 스탭, 즉 기타노 다케시로부터 사카모토 류이치 등이 작업에 참가한 점이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