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개봉 첫날인 목요일에만 전국 18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공공의 적2>가 예상대로 가볍게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서울 주말 이틀 관객수는 17만8천7백명. 몇주동안 1위 작품의 서울 스코어가 10만명을 넘지 못했는데 거의 곱절에 가까운 수치다. 게다가 첫주말 전국누계는 단숨에 100만을 넘어 101만7천명을 기록했다. 첫주말 전국 100만 돌파는 작년 여름 <스파이더맨2>와 <해리포터3>가 각각 100만, 104만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겨울시즌 변변한 히트작이 없었던 한국영화는 <공공의 적2>로 확실한 반격에 나섰다.
물론, 이런 가공할 흥행의 배경에는 배급의 힘도 컸다. 전형적인 와이드 릴리즈 방식을 택한 <공공의 적2>의 스크린 수는 서울 93개, 전국 408개다. 씨네21 온라인에서 박스오피스 집계를 한 이래 전국 스크린수가 400개가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전국 총 스크린수 1,450개(2004년말 기준)의 무려 30%에 가까운 수치다. 목요일 개봉당시 377개로 시작했던 스크린 수는 관객이 몰리면서 주말사이에 더 늘었다.
그럼 제작사의 마케팅 포인트처럼 <공공의 적2>가 천만관객급 초대박영화가 될수 있을까. 천만관객을 돌파했던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첫주말 전국 스코어는 각각 159만, 177만명이었다. 추후 <공공의 적2>가 어떤 흥행곡선을 그릴지는 모르지만 초반기세는 아무래도 한참 못미친다. 하지만 이정도 배급력와 흥행력을 유지한다면, <살인의 추억>급인 500만 정도는 못될 것도 없다.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인 설연휴이기 때문이다.
2위를 차지한 <말아톤>의 선전도 돋보였다. <말아톤>은 첫주말에만 전국 70여만명을 동원했는데 <공공의 적2>만 없었다면 충분히 1위도 가능한 스코어였다. 전국 스크린수가 <공공의 적2>에 100여개 뒤져도 좌석점유율을 비롯한 현장 반응은 <공공의 적2> 못지 않았다. 게다가 네티즌 반응은 <공공의 적2> 보다 호의적이어서 숨을 고른다면 장기흥행도 가능해 보인다.
일반적인 예상처럼 3위는 <레모니 스니캣의 위험한 대결>(이하 <레모니 스니캣>)이 차지했다. 미국에서는 작년 12월 말에 <오션스 트웰브>를 밀어내면서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던 작품이지만 아직까지 국내팬들에겐 <해리포터> 시리즈가 더 친숙하다. 하지만 1, 2위의 극장가 파이를 고려해 볼때 전국 35만명이면 나쁜 성적은 아니다. 전국 스크린수가 141개로 <말아톤>의 절반에도 못미치지만 좌석점유율은 상영작중 1위이기 때문이다.
전주 1위에서 3계단 미끄러진 <쿵푸허슬>은 전국누계 93만명을 넘으면서 1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주성치 영화가 국내에서 2주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하고 100만 관객을 돌파한다면 아쉬울거 없다. 이정도면 정말, 할만큼 하고도 남은거다. 할만큼 한 작품으로 치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빠지지 않는다. 무려 개봉 6주차인 <하울>은 2주전 7위까지 떨어졌다가 전주에는 3위까지 올라가더니 이번주는 막강한 신작 세편이 개봉했어도 5위를 차지했다. 전국누계는 300만명에서 3천4백명 빠진다. 조금만 더 뒷심을 낸다면 <슈렉2>가 세운 국내 애니메이션 최고 기록 320만 돌파도 가능할텐데, 관건은 설대목을 노리고 개봉하는 이번주 작품들을 방어하는데 달렸다.
6위부터는 순위비교가 무색해 보인다. 이번주 3위~10위까지 여덟작품의 서울주말 관객수를 모두 합쳐도 1, 2위 두편의 절반에도 못미치니 말할것도 없겠다. 스크린수가 상위 두편에 대부분 몰린데다가 한동안 부진했던 한국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의 반대급부도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중에서도 2위에서 7위로 떨어진 <몽정기2>의 낙폭이 가파르다. 게다가 1위로 데뷔했던 <오션스 트웰브>는 100만 돌파도 어려워 보인다.
설연휴 직전 개봉작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그중 기대작은 <그때 그사람들>과 < B형 남자친구 >다. 이번 설연휴에는 그동안 외화에 밀렸던 한국영화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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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팀 고일권
1. 이 흥행순위는 각 배급사가 밝힌 관객 수로 작성된 것이며 실제 관객수와 오차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2. 누계는 1월 30일까지의 수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