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그때 그사람들> 조건부 상영 결정두고 각계각층 비난 쇄도
2005-02-14
글 : 김수경

가위질의 부활인가?

법원이 내린 <그때 그사람들> 조건부 상영 결정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시사회 이후 현재까지 인터넷의 대대적인 여론조사, MBC 100분 토론, 일간지 사설 등 미디어를 뒤덮은 이 사건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사전검열이다. 지난 2월3일 문화연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 스크린쿼터문화연대는 프레스센터에서 이번 판결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화연대 원용진 정책위원장은 “장정일, 마광수, 이현세 같은 창작자들의 과거 사례처럼 이번 결정은 창작을 위축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또한 “인터넷 정치패러디가 일상화된 현 사회에서 이러한 판결은 폭거”라고 비난했다. 한국영화감독협회 이민용 부회장은 “문화적인 관점에서 나라에서 가장 큰 비상사태”라고 맹비난했다. 민언련 최민희 사무총장은 “제 단체들과 연대, 대책위를 구성하여 상시적으로 대응하겠다. 앞으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강력하고 지속적인 대처를 시사했다. 시민연대회의와 민중연대회의에는 이미 제안서가 발송되었다.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법조계 내부의 반발도 강력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4일 성명을 통해 “사법부에 의한 영화상영금지가처분은 법 논리적으로는 사전검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나 이는 일반 시민이 예술창작물의 내용을 향수,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그 실질적인 기능은 검열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이 향후 미칠 가장 큰 악영향은 “가위질의 부활”이라는 점. 100분 토론에서 임상수 감독이 “가처분신청이 차라리 받아들여지거나 기각되기를 바랐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한편 법원은 <그때 그사람들>의 상영금지가처분을 신청한 박지만씨에게 20일 내에 본안 소송을 제기하도록 명한 상황.

한편 논란 끝에 개봉한 <그때 그사람들>의 첫주 흥행도 예상보다는 저조한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했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과 경쟁작의 흥행이 맞물려 극장쪽에서 <그때 그사람들>을 꺼린다는 해석도 나오는 중이다. 3분50초의 삭제장면이 복원된 원판을 보거나 차라리 보지 않겠다는 관객의 판결에 대한 반발심리도 작용하는 분위기. MK픽쳐스의 한 관계자는 “일주일 앞두고 CJ가 배급을 포기했고, 작은 좌석의 스크린이 배정되는 배급 상황, 일부 보수 언론이 영화내용을 배제한 채 악의적인 해석을 퍼부은 점 등을 감안하면 현재의 스코어는 객관적으로 저조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 영화가 온전히 상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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