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몽정기2>의 언론평에 대한 비판과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 수락 뒤 네티즌과 벌인 논란으로 화제가 됐던 정초신 감독의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몽2(몽정기2)는 17살 이전의 정신연령으로 봐야 재미난 모양입니다. 그런데 27살의 관객들이 보니 얼마나 화가 나겠습니까. 하물며 37살의 기자단이나 47살의 평론가들이 보면 어떻게 보이겠습니까.’ ‘앗, 뜨거워라’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면에서 <몽정기2>를 비판한, 그것도 17살보다는 37살에 훨씬 가까운 기자였기 때문일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정 감독의 글에는 분명 지난해부터 쏟아져나온 10대 영화들을 볼 때마다 빠졌던 고민을 콕 찌르는 부분이 있다. <늑대의 유혹>이나 <몽정기2> 그리고 상대적으로 평판이 좋았던 <어린 신부>를 보면서도 마뜩지 않은 느낌이 있었다. 어떻게 10대들의 사고방식이나 하는 짓이 부모세대보다도 진부할까 하는 못마땅함이었다. 반면 이런 생각 속에 스스로에 대한 반격도 치솟았다. 10대를 가르치고 깨우쳐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꼰대’ 세대의 족보에 어느덧 나도 등재된 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10대는 연애나 성 따위에는 눈 감고 공부만 열심히 해야한다는 게 보수적인 ‘어른’의 생각이라면 10대는 연애를 해도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일탈을 해도 좀 더 파격적으로 해야한다는 건 나름대로 개방적인 사람이라고 여기는 ‘어른’의 생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개봉한 10대 영화들은 언제나 ‘이제 정말 내가 늙었나’하는 한탄과 함께 단칼로 무시해버리기 힘든 심정적 딜레마를 안겨준다.
개봉을 앞둔 <제니, 주노>는 이런 양쪽 ‘어른’들의 우려를 응축액처럼 녹여버린 10대 영화다. 열다섯살 소년·소녀의 임신과 출산을 그린 이 영화 소재의 급진성은 이전 영화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핫’하다. 반면 그 표현의 방식은 같은 감독의 전작인 <어린 신부>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팬시적이다. 보수적인 어른들은 중학생들의 임신이라는 소재가 10대들에게 미칠 영향을 근심하고, 개방적인 어른들은 성인들의 성적 팬터지에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어들이는 기획력에 경악한다. 그리고 논란에 대한 관심과 10대들의 주목에 힘입어 <제니, 주노>는 보란 듯이 인터넷 영화 검색어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영화의 성공여부야 개봉이 된 뒤에나 알 수 있겠지만 지금 보이는 이 간극에는 세대차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게 엄연한 사실일 것이다. 그 차이나 반목의 양태는 아버지와 멱살잡이를 하거나 어머니에게 “엄마처럼 살지는 않겠어”라며 등을 돌리는 식의 과거와 다르지만 화합하거나 설득될 수 없다는 점에서는 비슷할 것이다. 그러니 30대의 눈으로 10대들이 좋아하는 10대 영화를 보면서 나의 눈높이와 ‘꼰대화’를 의심했던 건 의미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결코 해결점을 찾을 수 없는 고민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