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뉴욕에서도 일반 관객에게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영화, 다시 봐야 할 명작들이 제5회 <필름코멘트> 셀렉츠 시리즈를 통해 최근 링컨센터에서 소개됐다.
지난 2월9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이 시리즈는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가 격월로 발행하는 학술지이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명성있는 필름 저널 중 하나인 <필름 코멘트>에서 지난 한해 동안 소개된 작품 중에서 대표작을 선정해 상영하는 것으로, 한국 관련 작품 5편을 비롯해 프랑스, 일본, 이란, 아르헨티나, 이스라엘, 호주, 독일 작품 등 총 22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한국 작품으로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클린>과 함께 시리즈 개막작으로 상영돼 매진을 기록했다. 또 박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과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도 소개돼, 한국의 세 작품 모두 <타임아웃 뉴욕> 등의 잡지로부터 시리즈 중 ‘놓쳐선 안 될 영화’로 언급됐다. 필름소사이어티쪽은 이 작품들이 <필름 코멘트>의 11월, 12월 이슈에서 특집으로 다뤄진 ‘뉴 코리안 시네마’ 중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선정했다고 밝혔다. 3월25일 뉴욕과 LA에서 개봉되는 <올드보이>는 브루클린 아카데미 오브 뮤직(BAM)에서 3월3일부터 6일까지 개최하는 회고전 ‘미스터 벤전스: 박찬욱’(Mr. Vengeance: Park Chan-Wook)에서도 소개될 예정이다.
시리즈 상영작 중에는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새뮤얼 풀러의 1950년작 <철모>(Steel Helmet)와 1951년작 <픽스드 바요넷>(Fixed Bayonet)이 소개됐다. 보관용 프린트로 상영된 두 작품은 풀러 감독이 연출하고 리 마빈이 주연한 1980년작 <빅 레드 원>(The Big Red One)이 재구성 버전으로 올해 재개봉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번 시리즈에 포함된 것. <픽스드 바요넷>은 전쟁보다는 한국인과 일본계 미군, 흑인 미군 등에 대한 차별대우 등을 지적하고 있으며, 북한군 역시 단순히 공산주의자이기보다는 인간적인 측면으로 그렸다. 풀러는 <아이 슛 제시 제임스>(I Shot Jesse James), <픽 업 온 사우스 스트리트>( Pickup on South Street) 등 B급 영화감독으로 알려졌지만, 2차대전 참전군인 출신으로 인간적인 전쟁영화를 만들어 개봉 당시에는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가 최근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 관객의 인기를 모았던 작품으로는 오프닝 작품들 외에도 독일의 첫 히틀러 영화로 관심을 모은 올리버 히르쉬비겔 감독의 <몰락>(Down Fall)과 파격적인 스토리라인과 노출장면 등으로 화제를 모은 크리스토프 오노 감독, 이자벨 위페르와 루이 가렐이 주연한 <나의 어머니>(Ma Mere), 역시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한 <둘>(Deux), 이란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거북이도 난다> 등이 있다. 이중 <몰락>과 <거북이…>는 현재 뉴욕에서 상영 중이다.
뉴욕에 미이케 다카시 감독과 그의 영화 <이치 더 킬러>에 출연한 아사노 다다노부의 팬들이 유난히 많아서일까. 미이케 감독의 <이조>(Izo)와 아사노가 주연하고 쓰카모토 신야가 감독한 <바이탈>(Vital)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밖에도 알랭 타너의 71년작 <샐러맨더>(La Salamandre), 자크 리베트의 81년작 <북쪽의 다리>(Le Pont du Nord), 바벳 슈로더 감독의 73년작 <미스트레스> (Mistress), 루이스 브뉘엘의 72년작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Le Charme discret de la bourgeoisie) 등 ‘다시 한번 봐야 할 영화’들도 소개됐다.
한편 뉴욕에서는 지난 2월18일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와 김문생 감독의 <원더풀 데이즈>가 각각 개봉됐으며, 3월25일 <올드보이>에 이어 4월20일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4월29일 김기덕 감독의 <빈 집>이 개봉될 예정이다. 장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는 뉴욕의 대표적인 독립영화와 레퍼토리 프로그램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필름포럼에서 소개될 예정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