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화이트데이 무비데이, 유형별로 골라 보는 영화 총집합
2005-03-10
글 : 고일권

이번 화이트데이, 찬스 좋다. 사탕바구니 곱게 포장해서 그녀의 취향에 딱 맞는 영화 티켓까지 동봉하면 감동두배 뽀뽀두배다. 몇주동안 그 밥에 그 나물이었던 극장가도 이참에 싹~ 물갈이한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드라마, 스릴러까지 장르도 각양각색이다. 이런 판국에 대책없이 극장앞에 가서 뭐보지? 어리둥절 헤매지 말자. 바구니 들고 왔다갔다 보기 안좋다. 자고로 봉사는 물흐르듯 스무드해야 하는 법. “내 여자친구는 내가 안다”는 신조 하나로 그녀의 취향에 딱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주요 개봉 영화를 소개한다. 영화정보 살펴보고 클릭질 몇번으로 예매까지 마치면 준비완료. 잠깐, 그냥 여친한테 물어보고 고른다고? 그럼 써프라이즈가 없자나~

1. 표준형 그녀를 위한 선택
화이트데이+연인=로맨틱 코미디
<Mr. 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

“난 로맨틱 코미디 진짜 싫어!” 평소 이렇게 말씀하시는 여성분 흔치 않다. “난 공포영화 진짜 싫어!”면 또 모를까. 안 먹어도 배부른 사탕 바구니 옆에 끼고, 두손 꼬옥 잡고 알콩달콩 연애놀음에 빠져보면 그냥 기분 업UP이다. <Mr. 히치>는 뉴욕의 연애9단 윌 스미스가 연애해결사로 등장해 사랑의 짝짓기를 해준다는 내용. 액션 전문 윌 스미스의 연기변신이 돋보이는 영화다.

눈치빠른 분은 “에이 그러다가 히치가 사랑에 빠지는거구만. 중이 제머리 못깎는다고 연애해결사가 여자 때문에 고민한다는 내용이네 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맞다. 청진기 대자마자 딱 나오는 진단, 김선생으로 불러드리겠다. 그런데 뻔한게 어때서? 원래 장르영화라는게 다 뻔하고 빤한거다. 한줄 시놉으로 영화를 꿰뚫고 뭔가 심오한 영화를 찾으시는 분, 그런분들껜 타르코프스키의 <희생>과 <노스탤지어>가 준비되어 있다. 특별히 이런 심오한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 아니라면, 일단 2/3는 성공이다. 취향을 몰라도, 어느정도 안전빵 선택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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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수성 풍부한 그녀를 위한 선택
아~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드는구나
<밀리언 달러 베이비>

발음에 유의하시기 바란다. <밀리언 달러 베이베>가 아니라 <밀리언 달러 베이비>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스콜시즈를 울게 만든, 알짜배기 상을 휩쓴 바로 그 영화다. 은퇴한 노장복서 프랭키 할아버지(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죽어도 복싱을 하겠다고 떼쓰는 매기(힐러리 스웽크)를 전문 복서로 키우면서 둘사이에 부녀지간보다 더 끈끈한 사랑과 우정이 피어 오른다.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으면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2관왕으로 만들었고 힐러리 스웽크과 모건 프리먼은 각각 여우주연, 남우조연을 수상해서 연기력도 검증받았다. 일주일동안 화장실 못간듯한 아랫배 묵직한 감동을 원하시는 분, 강추다. 눈물 흘리는 그녀를 위해 손수건을 미리 준비하는 ‘센스’도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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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데다 총명한 그녀를 위한 선택
소곤소곤 속삭여봐, 누가 범인이지?
<쏘우>

어느 캄캄한 지하실, 아담과 닥터 고든이라는 인물이 발목에 쇠줄이 묶인채 깨어난다. 황당한건 여기에 왜 와있는지, 서로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사실. 더 황당한건 각자의 주머니 속에 담긴 범인의 음성 테이프다. 범인은 쥐도새도 모르게 둘을 가둬 놓고는 8시간안에 고든이 아담을 죽이지 않으면 둘은 물론 고든의 부인과 딸까지 죽이겠다는 육성을 남겼다.

이제부터 게임은 시작이다. 과연 고든은 아담을 죽일까? 아니면 둘이 협력해서 이 지옥을 빠져나갈까? 아니 그전에 과연 범인은 누구고 왜 이런짓을 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따라갈새도 없이 영화는 한정된 공간인 지하실에서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의 치열함을 밀도있게 담아낸다. <유주얼 서스펙트>나 <식스센스>류의 반전에는 못미치는 동생뻘이라도 한계상황에 직면한 인간의 행태를 담아내는 극적 긴장감은 꽤 무게가 있다. 처음 소개팅으로 만난 그녀와 함께 해도 좋을 작품. 영화보고 빤한 호구조사하는 것보다 스릴러 영화 뜯어보면서 다시 얘기하는 재미도 나쁘지 않으니까. 단, 얘기하다가 목소리 높여 성질만 부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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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챠니스트 그녀를 위한 선택
풋풋한 젊은이 부려먹는 재미 괜찮네
<마파도>

평소 자막읽기를 매우 귀찮아하는 그녀를 위해서, 원어로 감상하면서 웃고 즐길수 있는 ‘마대 인 코리아’ 영화다. 시력나쁜 그녀가, 당신의 전화 한통에 황급히 뛰어 나오다가 안경을 놓고 왔을때도 괜찮다. 160억에 당첨된 로또 1등 복권을 들고 잠적한 한 여자를 찾기 위해 서울에서 좀 놀았다는 건달 재철과 비리형사 충수가 마파도로 들어온다. 그런데 마파도는 지도에도 없는 낯선 섬. 섬의 전체 인구는 꼴랑 5명이고 100% 여자인데 하필이면 전부 할머니다. 이 할매들이 20년동안 남자구경을 못했다는 사실에서 영화는 범상치 않은 스토리를 예고한다. 할매들은 순박한 얼굴을 하고 이 두남자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 생각하는데, 그때부터 재철과 충수의 섬생활이 악몽으로 변한다.

<마파도>의 감상 뽀인트는 TV 드라마의 감초역할로 낯익은 여운계, 김을동, 김수미 등 중견 연기자의 과감한 변신이다. 서로서로 자기가 제일 많이 망가졌다고 우기는 중인데 누가 제일 망가졌나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시길. 할머니들이 두 젊은이를 골려 먹는 이야기에서 그녀가 당신을 재철과 충수로 놓고 대리만족을 느낄지도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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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기 짜증만 내는 그녀를 위한 선택
짧은 약속, 긴 기다림 “너도 이렇게 기다려 줄 수 있어?”
<인게이지먼트>

어렸을 적부터 연인이었던 프랑스 연인 마틸드와 마네뜨. 둘은 결혼을 약속하고 약혼을 하지만, 세계 1차대전이 끝날무렵 마네뜨가 전쟁터로 나가게 된다. 금방 돌아오겠다는 기약없는 약속만 한 채로 둘은 헤어지고, 약혼자 마네뜨가 사형언도를 받고 비무장 지대에 버려져 있다는 소식을 들은 마네뜨는 무작정 그를 찾아 나선다. 이제부터 그녀의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다소 상투적인 설정에서 시작한 이 영화에서 눈여겨 봐야할 것은 바로 동화적인 상상력과 환상적인 시각이미지의 달인 장 피에르 주네가 감독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2001년 프랑스 영화가 죽지 않았음을 세상에 알린 <아멜리에>의 히로인 오드리 토투가 다시 그와 함께 뭉쳤다. 전쟁터를 바탕으로 한 대개의 영화가 너무나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라면, 이 영화는 역시나 그런 무겁고 힘든 상황에서 꿋꿋이 자신의 사랑에 대한 믿음과 신념을 잃지 않는 마틸드의 씩씩한 모습에 초점을 맞춰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코끝 찡하게 완급조절을 한다. 서로 너무 익숙해서 처음의 절실함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커플에게는 다시 연애 초심을 불러일으켜 줄 수 있는 만병통치약쯤으로 기대하셔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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