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서른, 그의 잔치는 시작이다, <69>의 안도 마사노부
2005-03-16
글 : 김수경
사진 : 오계옥

안도 마사노부는 짓궂다. <키즈 리턴>의 신지는 올해 서른에 접어들지만 얼굴은 여전히 소년이다. 그는 와인을 계속 권하는 매니저에게 농으로 타박을 주고, 사진을 찍으면서도 “본인이 있으니까 멋있다고 하는 거죠”라고 사람들에게 반문할 만큼 유쾌하다. 안도가 스크린에서 보여준 우울하고 블루한 자화상은 그와 인터뷰한 924호 방 안에는 연기처럼 사라진 지 오래다.

안도는 직설적이다. 대체로 침묵하거나 다른 주인공들의 결정을 따르는 <키즈 리턴>의 신지, <69>의 아다마(야마다의 별명)와 현실의 그는 1억 광년쯤 동떨어져 있다. 대체로 솔직하고 거리낌없이 답한다. 이를테면 2005년 활동을 묻자 <망국의 이지스> <고독에의 입맞춤> <동시 발생>에 관해 답하다가 갑자기 2006년작으로 설명이 넘어간다. 매니저가 그건 아직 미발표작이라고 제지한다. 그러자 정확한 제목, 동년배인 감독의 전작, 기대해달라는 당부까지 전하고는 “아, 미발표랍니다”라고 덧붙인다. 꽤 한국영화를 많이 본 그는 “싫어하는 틀에 박힌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어느 작품 이후로는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할 만큼 예스와 노가 분명하다. 그는 지나치게 상업적인 장르영화나 틀에 박힌 연기 스타일을 싫어한다. 순수하고 소심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이노센트 월드>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사토라레>에 대해서도 “실제 성격이 그렇지 않아서 그러한 감정이나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도전했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한국 감독은 이창동, 봉준호, 박찬욱이라고. “언어의 장벽이 애로사항이 될 것”이라며 프로덕션의 기본적인 장애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안도는 영화인이다. 2000년 <TBS>의 <학교괴담>을 끝으로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실 일본은 드라마를 하지 않고 영화만 하기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나라다. 하지만 데뷔도 영화였고,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계속 영화인으로 남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일본 감독 중에는 쓰카모토 신야, 이와이 슌지와 작업해보고 싶다고 했다. <69>의 이상일과 <키즈 리턴>의 기타노 다케시와 다시 작업하는 건 언제든 환영이라고.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안도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5천 대 1의 <키즈 리턴> 오디션에서 기타노는 에너지가 넘치는 수많은 사람을 제쳐두고 “고개숙인 채 가만히 있던” 뉴페이스 안도 마사노부를 발탁한다. 영화를 찍으면서 1995년 기타노는 안도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가 개봉되면, 넌 상도 많이 타고 훌륭한 배우가 될 기회를 잡을 거다. 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의 어려움을 잊어선 안 될 거야”라고. 당시 <키즈 리턴>으로 일본 영화계의 신인상을 거의 모조리 휩쓴 안도는 “<키즈 리턴>을 찍을 당시만 해도 연기에 대한 특별한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직후에 배우가 되려면 정말 집중해야 한다고 느꼈다. 요즘도 그 말이 생각난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69>의 다른 학생들처럼 “고교 시절에는 뭘 하고 살지 아무 생각도 없었던” 안도는 2005년 최초로 영화 3편에 출연한다. 서른, 그의 잔치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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