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수하들을 거느리고 여전사 브라이드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던 대악당 빌. 악명 높은 살인조직 데들리 바이퍼스의 우두머리인 그는 사실 영화 속에서 그리 신통치 않은 모습이었다. 과거 TV 시리즈 <쿵푸>의 주연으로 유명했던 데이비드 캐러딘의 화끈한 액션을 보지 못한 점이 아쉬운데, DVD 속 삭제장면이 그런 실망감을 조금은 덜어주고 있다.
차이나복을 입은 빌과 캐주얼한 차림의 브라이드가 중국풍의 마을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삭제장면의 시간적 배경은 파이메이를 만나기 전인 듯. 두 사람의 밝은 표정에서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때마침 험악한 분위기의 패거리들이 그들을 가로 막는데, 중국인 무술가들과 함께 빌에게 시비를 거는 이는 <스폰>의 주연을 맡았던 흑인 배우 마이클 제이 화이트다. 빌은 고수답게 싸움을 피하려하지만 그것을 우습게 본 패거리들은 기어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고 만다. 하토리 한조의 검을 든 빌의 화려한 칼솜씨. 특히 마이클 제이 화이트의 공격을 여유롭게 받아넘기는 그의 모습에서 대가의 풍모가 느껴진다. 6~70년대 홍콩 무협 영화들을 방불케 하는 배경음악 또한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