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플먼트 & 코멘터리]
<말죽거리 잔혹사> 감독과 제작자의 달변, 귀에 감기네
2005-03-24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현수(권상우)의 마지막 절규는 상실한 자의 아픔을 절절하게 표현한다.

배우 버전과 감독-제작자 버전의 두 가지 코멘터리가 수록된 <말죽거리 잔혹사> DVD에서 단연 주목할 쪽은 후자다. 해설의 진행이 영화의 흐름과 묘한 동질성을 지닌 점이 뛰어난 것은 물론, 말 그대로 이야기를 듣는 재미 자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복고 청춘물의 외양을 지니고 있지만 폭압적인 시대 속의 인간상을 그린 뛰어난 주제 의식을 놓치지 않은 영화처럼, 감독과 제작자는 설렁설렁 주고받는 1978년의 추억담으로부터 시작하여 각자의 입장에서 본 작품의 뼈대를 해체하는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변화해 간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빵집에 가면 정학을 먹고, 교복 차림으로 이성에게 말조차 건네기 어려웠던 시절의 기억을 공유한 이들의 이야기는 점차 극중 현수(권상우 분)가 고통스러운 성장-붕괴 과정에 진입하면서 영화의 주요한 주제들인 ‘용기’ ‘상실감’ ‘성장통’ 등에 대한 간결하고 훌륭한 해설로 진화하는 것이다. 비평에 대한 은근한 불만을 거침없이 털어놓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노골적인 어조는 아니지만 듣고 나서 생각해 보면 작품에 대한 내적-외적인 이해가 부족한 평단과 관객들의 반응에 상처를 받았음을 역력히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으면서도 내실 있는 해설이 가능했던 것은 두 참여자의 달변도 한 몫을 했다. 호흡이 잘 맞는 감독과 제작자가 영화는 물론 DVD의 완성도까지 기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코멘터리 후의 인터뷰를 담은 ‘After Commentary'의 수록도 그렇게 흔치는 않은 구성이다.

실연과 성적 부진, 우식과의 트러블 등으로 인해 현수의 추락은 가속화된다.
코멘터리에 의하면, 당시의 모나미 볼펜은 찍으면 진짜로 깨졌다는데...

여기서 ‘싱하형’을 떠올리면 당신은 신세대?
거수경례를 하는 학생들. 요즘은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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