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주말극장가] 격돌! 주먹이 운다 VS 달콤한 인생
2005-04-01
글 : 고일권
어떤 영화가 1등일까, 정말 아리송해

매주 월요일 오후, 씨네21 온라인팀에서 -무식한 방법으로- 각 배급사에 전화를 걸어 박스오피스 실제 집계를 하기전, 담당자들 사이에서 간단한 예측게임이 벌어진다. 예측게임이라고 해봤자 “이번주 1위는 당연히 OO가 아니겠어?”로 압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봉전에 진행되는 마케팅 프로모션 추이, 네티즌들의 반응, 배급사의 역량에 시사회를 통해 본 영화의 느낌까지 더하면 얼추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두편이 박빙일 경우에는 “A 영화는 지방관객들이 더 선호할테고 B 영화는 서울에서 많이 볼거 같으니 순위는 B 영화가 높아도 실속은 A 영화가 차리겠네”라는 엉뚱한 과학적(?) 분석까지 더해지곤 한다.

물론 ‘얼추’ 답은 나와도, 항상 맞으란 법은 없다. 그래서 영화 흥행은 “귀신도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최근 이와 비슷한 경우가 <마파도>와 <잠복근무> 케이스다. 영화의 만듦새는 허술해도 흥행은 후자가 낫지 않겠나고 생각했지만 여지없이 틀리고 말았다. 하지만 틀리건 맞건, 예측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말 <주먹이 운다>와 <달콤한 인생>은 아리송하다.

가장 쉽게 예측 가능한 예매순위를 살펴보면 <주먹이 운다>가 <달콤한 인생>에 꽤 앞서있다. 씨네21(29.6%, 17.9%), 맥스무비(34.46%, 23.16%), 다음(32%, 19.7%), 네이버(33.28%, 24.14%), 티켓링크(24.2%, 19.9%)까지 주요 예매 사이트의 1위는 모두 <주먹이 운다>이다.(각 사이트 괄호의 첫번째 수치가 <주먹이 운다>, 3월 31일 오후 3시 기준)

온라인 예매분량은 주말 전체 관람객의 10% 정도이기 때문에 1/10 데이터에 근거한 예매순위로 섣불리 흥행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변이 없는한 예매순위가 높으면 흥행성적도 대부분 더 좋다. 트랜드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주먹이 운다>가 쉽게 이길까? 안타깝게도 <주먹이 운다>는 런닝타임이 134분으로 <달콤한 인생>의 120분보다 약간 길다. 극장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이런 경우 <주먹이 운다>는 하루 5회차, <달콤한 인생>은 6회차 상영이 가능하다. <달콤한 인생>이 한발 먼저 출발하는 셈이다.


관람등급도 무시할 수 없다. <주먹이 운다>는 15세 관람가로 중고등학생까지 끌어안는 반면, <달콤한 인생>은 성인대상의 18세 관람가로 약간 불리하다. 두편 모두 주먹질과 총질이 등장하는 남성적 영화지만, 피냄새 풍기는 <달콤한 인생>보다 가족애의 휴먼 드라마를 강조하는 <주먹이 운다>가 보다 광범위하게 어필할 수도 있다. 혹자는 최민식과 류승범 투톱인 <주먹이 운다>가 이병헌 혼자 버티는 <달콤한 인생>보다 유리하다고도 하고 혹자는 그래도 여성팬들은 이병헌한테 끌릴거라고 말한다.

이런 경우 쐐기를 박는건 배급력의 차이다. 극장에 많이 걸려 있는 영화가 ‘장땡’이라는 말이다. 개봉전 예측은 그래도 막강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라인을 타는 <달콤한 인생>의 우위가 점쳐졌다. 실제 확인을 위해 각 영화사에 전화를 걸어본 결과, 공교롭게도 두편 모두 전국 스크린 320개로 동률이다. 게다가 각 담당자들이 입이라도 맞춘것처럼, “시작은 320개로 하지만 날짜에 따라 틀리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건 정말 “그때 그때 달라요”란 말인데, 극장주도 아리송한 상황이라 관객이 몰리는 영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머리가 아프다. 이런 저런 데이터를 입력해서 컴퓨터로 돌려보면 흥행결과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제작사 시오필름(<주먹이 운다>)과 영화사 봄(<달콤한 인생>) 관계자 및 절친한 선후배 사이인 김지운, 류승완 감독과 주연배우들은 지금 애간장이 타겠지만, 박스오피스 담당자는 골치만 지끈거린다. 이러다가 <미스 에이전트2>가 뒷통수를 치는건 아닐까. 아뿔사, 이번주 개봉작을 보니 <아무도 모른다>도 있군. 정말 흥행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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