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 ‘젊은 남자’와 테크니컬 디렉터로, <주먹이 운다>의 크레딧에 김지훈(26)의 이름은 두번 등장한다. 영화의 첫 장면, 돈을 주고 최민식을 때리는 전직 국가대표로 출연하면서 배우들의 트레이너까지 맡았던 그는, 실제로 전직 라이트급 국가대표. 현재는 서울체고의 복싱코치이면서 사회체육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챔피언> 때도 단역 출연과 배우 트레이닝을 겸했고, 불발에 그쳤지만 <바람의 파이터>에서도 꽤 괜찮은 배역에 캐스팅된 바 있다. 복싱을 시작할 무렵, 작은 체구 때문에 두번이나 체육관에서 쫓겨나면서도 굴하지 않았던 소년의 꿈은 일찌감치 사각의 링을 벗어났다. 지금도 크고 작은 영화의 오디션에 응모하면서 배우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 그의 씩씩한 고백이다.
-배우의 훈련은 어떤 식으로 진행했나.
=주말을 제외하면 매일 오전 11시 반에 체육관에 집합한다. 일단 400m 트랙 운동장 열 바퀴를 뛰고, 팔굽혀펴기 같은 워밍업을 한 뒤 본격적인 복싱을 연습한다. 그게 끝나고 마무리 운동까지 총 3, 4시간이 걸리는 코스를 3개월 동안 계속했다.
-권투영화를 위한 훈련과 실제 선수들을 위한 훈련은 다르지 않나.
=영화는 아무래도 큰 동작이 많아야 리얼해 보이고, 그런 요령을 많이 가르쳐주는 편이지만 <주먹이 운다>는 컨셉 자체가 워낙 진짜처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실제 훈련과도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렇게 훈련을 하니까 촬영을 10여일 앞두고 최민식 선배와 함께 손미트를 끼고 일대일 훈련 10라운드를 완수할 수 있었던 거다. (류)승범이도 나중에 진짜 복서처럼 허리랑 어깨가 딱딱 끊어지는 동작을 소화해내는 걸 보고 굉장히 뿌듯했다.
-최민식과 류승범, 두 사람의 훈련은 어떻게 달랐나.
=승범이가 연기한 상환은 짧은 기간 훈련한 초보선수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안쪽으로 파고드는 인파이터 스타일을 많이 썼다. 최민식 선배는 은메달까지 땄던 노련한 복서처럼 보여야 했고. 두 사람의 결승전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훈련 중에도 두 사람은 스파링도 같이 안 했다. 실제로 입술 터지고 갈비뼈에 금이 가면서 찍은 장면이다. 그래서인지 복싱하는 동료들도 완성된 영화의 결승전이 제법 진짜 같다고 한다. 마지막에 지쳐서 크게 휘두르는 것까지 잘 표현됐다.
-훈련시킨 배우들에 대해 한마디.
=승범이는 예전에 같이 스파링할 때 나한테 맞아서 주저앉은 적도 있었는데, 뭐든지 빨리빨리 습득하는 스타일이다. 최민식 선배는… 열정이 정말 대단했다. 일요일에도 전화해서 개인훈련을 하자고 했으니까. 지금도 1주일에 두세번 정도 매니저와 체육관을 찾아서 함께 트레이닝을 한다. 배우들을 보면서 나도 많이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