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화산같은 젊음, 스크린을 불태우다, 장혁&신민아
2001-07-11
글 : 이영진
사진 : 이혜정

“쉬었다 가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전남 고흥의 폐교 운동장. 목검을 쥔 가느다란 손목의 힘줄이 불거진 것이 딱해 보였는지 사진기자가 잠깐의 휴식을 제안한다. 그런데 신민아, “그냥 가죠, 뭐”라고 끊고선 몇 가지 포즈를 더 재본다. “사실 제가 쪼그려 찍는 게 힘들어서요.” 멋쩍은 사진기자의 말을 듣고서야 빗방울을 훔쳐낸다. “둘이 안 친해요?” 별말없이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고서 이거다 싶어 한마디했더니, 이번엔 장혁이 “꼭 붙어다니고 재잘거려야 친한가요?”라고 반문한다. “그렇긴 한데….” 말꼬리를 흐리는 방문객들, 두 청춘이 ‘씩’ 웃어주지 않았다면 다음 질문을 던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화산고 고수들과의 만만치 않은 대면은 그렇게 시작됐다.

" 나중에 될 애들이야.” 김태균 감독의 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록도가 보이는 부둣가 횟집에서 감독은 술기운을 빌려 둘 다 ‘독기’가 서려 있다고 했다. 지금은 햇병아리에 불과할지 몰라도, 언젠가 볏을 꼿꼿이 세울 것이라고 그랬다. 자화자찬 아닌가 의심하기엔, 곁에서 지켜본 1년 가까운 시간이 너무 길었다. 술자리가 무르익으면서 6시간 넘게 와이어줄에 매달려 있었던 신민아 이야기며, 왼쪽 쇄골을 다쳤는데도 아무 말 없이 촬영을 이어간 장혁 이야기가 안주처럼 곁들여졌다. 싫은 표정 한번 내지 않고 강행군을 묵묵히 참아준 두 젊은 배우들에 대한 감독의 기대는 확신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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