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면의 비밀]
<글래디에이터> 프록시모의 부활
2005-04-11
글 : 한청남

우선 위의 두 장면을 보기 바란다. 첫 번째는 검투사들의 우두머리 프록시모가 로마에 입성하기 전 막시무스에게 충고를 하는 장면이고, 두 번째는 영화 클라이맥스에서 막시무스를 철창에서 풀어주는 장면이다. 어지간한 눈썰미를 지닌 사람이 아니라면 영화 속에서 두 장면이 실은 똑같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리들리 스콧의 서사 대작 <글래디에이터>의 촬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들은 프록시모를 연기한 올리버 리드의 연기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그의 전성기가 다시금 도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후반부 중요한 촬영을 앞두고 올리버 리드는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뜬다. 당황한 스탭들은 다른 배우로 대체할 방안을 내놓았지만 그의 대신할 인물은 아무도 없으며, 리들리 스콧 감독이 결코 재촬영을 원치 않는다는 문제에 부딪친다. 결국 생각해낸 방법은 컴퓨터의 힘을 빌리는 것. 이미 촬영된 부분 중에서 재활용(?) 할 수 있는 부분들을 골라내 디지털로 배경을 바꾸고 미리 녹음된 대사들을 편집해 교묘히 끼워넣은 것이다. 프록시모가 죽기 전 모습 역시 그러한 눈속임이지만, 그가 내뱉는 마지막 말 "Shadows and dust"와 함께 인상적인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디스커버리 채널의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이러한 제작진의 임기응변은 할리우드의 모범 사례로 남았으며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보답받았다고 한다.

걸어가는 모습은 대역배우가
"Shadows and d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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