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표정보다 마음이 큰 이 소녀, 아시나요? <화산고>의 신민아
2001-07-11
글 : 문석

신민아라는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모 통신업체 광고에서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며 ‘연애운동설’을 주창한 사람이 그녀라고 한다면 어떨까.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나 요즘에 닷컴에 투자하고 있어”라며 능청스레 과자를 깨물어먹는 CF장면이나 조성모의 <아시나요> 뮤직비디오의 베트남 소녀, TV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에서 당돌한 반항아 민지 역 등은 어떤가.

중학교 2학년 시절이던 1998년 10대 패션잡지 표지모델 공모에서 1등을 차지한 뒤 CF, 뮤직비디오, 방송을 거쳐 마침내 <화산고>로 영화계에 첫선을 보이게 된 신민아(17)는 막바지를 향해 바쁘게 달려가고 있는 촬영장에서 “드라마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끝날 때가 돼서야 좀 알 것 같다”며 아쉬움을 가볍게 내뱉었다. 드라마가 먼저 방송되긴 했지만, <화산고> 작업은 지난해 8월부터 들어갔으니 영화를 통해 처음 연기를 익히게 된 셈인 그녀는 처음에는 워낙 큰 규모의 작품이라 부담이 컸으나 “멜로적인 내용도 별로 없고 대사보다 몸동작이 먼저 나가는 연기를 하게 돼서 그런지 아주 힘들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가상의 학교를 배경으로 학생들과 교사들의 무협액션을 담은 영화라서 액션연기를 펼치는 게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와이어액션도 무섭기보다 재밌었고 체력이 달린 적도 없었다고 당차게 말한다. “다른 연예인들은 과로로 쓰러지기도 한다는데 난 왜 그런 것도 없나, 하면서 혼자 투정을 부리기도 해요.” 여릿여릿해 보이는 첫인상의 신민아는 알고보면 강골일 수밖에 없는 운명의 소유자. 농구선수였던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데다, 여섯살 때부터 스케이트를 탔단다. “링크에 가면 다른 여자애들은 예쁜 드레스를 입고 피겨스케이트를 타는데 저는 씩씩거리며 쇼트트랙을 탔어요.”

<화산고>에서 신민아가 연기하는 여주인공 빙옥(氷玉) 유채이는 교내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면서도 뛰어난 검술실력을 자랑하는 여학생. 어른스럽고 결단력이나 판단력이 뛰어난 이성적 성격의 소유자다. 겉으론 강해 보이지만 내면으로 들어가면 여리기 그지없는 ‘내유외강’형 성격을 연기하는 것은 좀 어려웠지만 말을 많이 아낀다는 점에선 자신과 비슷하단다. 하긴 친구들과 조잘대며 군것질하는 데 여념이 없을 것만 같은 여고 2학년생의 외모와 대조적으로 신민아는 ‘어른스런’ 취향을 갖고 있다. 웃을 때 꼬리가 쏙 올라가는 귀여운 입을 통해 <변검> <책상서랍 속의 동화> <햇빛 쏟아지는 날들> 같은 영화에서 감동을 느꼈고, <어둠 속의 댄서>를 보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엉엉 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저 친구 겉으로만 소녀지 실제로는…’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성격답게 그가 가장 닮고 싶은 선배 배우는 장만옥이다. “나이가 있는데도 자신을 꾸밀 줄 아는 사람이에요. 아주 오래 갈 것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 그러면서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특별함을 가진 배우, 나도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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