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그녀를 바라만 봐선 알 수 없는 것들, <역전의 명수>의 윤소이
2005-04-14
글 : 박은영
사진 : 정진환

유난히 가늘고 긴 실루엣, 허리께로 물결치는 긴 생머리, 산머루처럼 검게 젖은 눈동자. 이런 식으로 윤소이의 외적인 특징들을 나열해보면, 소설과 만화 속에서 수줍게 고개 숙인 청순가련한 소녀가 겹쳐 떠오른다. 연약하고, 의존적이고, 결정적으로 ‘사랑밖에 난 몰라’ 하는 스타일.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아차릴 수 있는 것들.

윤소이의 표정과 몸짓과 목소리에는 그런 소녀가 없다. 군살없는 날렵한 몸매를 닮은 담백한 웃음과 말씨에는 내숭이나 청승이 들어설 곳이 없다. 긴 팔다리가 그리는 시원시원한 몸의 언어를 듣고 있으면, 뭇 감독들이 그에게 연달아 ‘칼자루’를 쥐어주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라한 장풍대작전>에서 무림의 고수로 분했던 그는 연초부터 중국에서 무협영화 <무영검>을 찍고 있다. 그 사이에 찍은 <역전의 명수>는 온갖 장르가 망라된 풍자코미디지만, 어리버리한 주인공을 자신의 복수에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이야기의 주도권은, 칼자루는 여전히 윤소이에게 있다.

액션 | 관객으로도 액션, 스릴러, 공포물을 좋아해요. 여자치고는 드문 취향인데 다행히 단짝친구가 영화 취향이 비슷해서 자주 같이 가요. 액션 요소가 있는 영화에 캐스팅되는 거, 저는 그래서 좋아라 해요. 실생활도 정적이라기보다는 동적인 편이거든요. 그렇게 보여지는 게 좋아요. 하는 건 너무 힘들죠. 본격 액션이 두 번째라 <무영검>은 쉬울 줄 알았는데, 말도 타고, 수중 액션도 하고, 와이어 액션도, 날다가 회전해서 발차기 하는 식이라, (웃음) 힘들더라고요.

스무살 | 고등학교 때 데뷔해서 줄곧 일했으니까, 지금 제 나이로 해봄직한 일들을 많이 못했죠. 가장 안타까운 건 미팅 못하고, 나이트 못 가본 건데… 어쩌겠어요. 솔직히 트렌드나 또래 놀이문화에 민감한 편이 아녜요. 관심있는 게 별로 없어요. 영화 보고, 일하고, 잠자는 거 빼고는. (웃음) 인터넷도 메일 확인할 때만 해요. 블로그? 블로그가 뭐예요?

스타덤 |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이 일을 하고 싶어서, 중학교 때 연기학원에도 다녔어요. 그러다 매니저를 만났는데, 오디션에 아마 100번 정도 떨어졌을 거예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안 풀렸어요. 펑펑 울기도 했죠. 우연히 잡지 화보 찍은 걸 계기로, 엔시아와 준 CF를 하게 됐고, 또 그걸 계기로 류승완 감독님이 불러주셔서, 영화를 하게 된 거예요. 시작까지는 쉽지는 않았고요, 그뒤로 운은 좋았어요. 처음부터 주연급으로 출연한 건 행운이지만, 부담도 커요. 욕심이 안 채워져서, 아쉬워서, 스트레스 많이 받죠.

역전의 순희 | 1인2역 설정의 주인공이랑 다 로맨스가 있다는 게 재밌었어요. 유복하게 성장했다가, 한순간에 혼자가 되고, 혼자서 강하게 살아가다가, 복수를 위해 명수를 끌어들이고, 하는 캐릭터의 변화도 좋았고요. 다만 드문드문 등장하기 때문에 생략된 부분의 감정과 스토리를 몇신에서 함축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야한 옷이랑 화장 때문에 팜므파탈 변신 운운하시는데, 그건 명수의 취향과 수준에 맞게 어필하려는 시도로 보시는 게 맞을 거예요.

우상 | 전도연 선배님요. 작품마다 어쩜 그렇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지, 너무 존경스러워요. 저는 전도연 선배님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예쁜 것 같아요. 남들이 뭐라고 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선배님의 백분의 일 정도로 연기할 수 있을 때쯤에는, 저도 용기 내서 악역에 한번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