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단편 애니 어디까지 왔나? CGV 한국 단편애니메이션영화제 2005
2005-04-20
글 : 김현정 (객원기자)
4월21일부터 열흘간 열려
<뽀롱뽀롱 뽀로로>

CGV구로와 상암에서 단편애니메이션 32편을 만날 수 있는 페스티벌이 열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CGV 한국 단편애니메이션영화제 2005’는 <In the Forest> <큰일났다> <슈퍼맨의 비애> 등 한국 작품 25편을 세개 섹션에 묶어 상영하고, 여기에 아카데미 단편부문을 수상한 <라이언>을 비롯, 해외 단편 7편을 덧붙였다.

아이들을 위한 키즈 섹션은 친근하고 귀여운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됐다. 이미 TV시리즈로 알려진 3D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는 얼음나라 숲속 마을에 사는 펭귄 뽀로로, 북극곰 포비, 여우 에디, 비버 루피의 짤막한 모험담. 역시 3D인 <In the Forest>는 꼬마 사냥꾼과 언덕만한 늑대가 쫓고 쫓기는 사투를 포착한 속도감이 눈길을 끈다. 작은 키가 슬퍼서 밤에만 밖에 나오는 흰 난쟁이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내가 아는 흰 난쟁이>, 연필로 겹쳐그린 듯한 페이퍼드로잉으로 시골 마을 소녀의 하루를 정감있게 스케치한 <큰일났다!>, 철도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조용하게 긴장과 불안을 퍼뜨리는 퍼펫애니메이션 <길>, 인간의 손에 파괴되는 숲의 이야기를 그림책을 한장한장 넘기는 듯한 느낌으로 완성한 <흰 떡갈나무 이야기> 등도 이 섹션에서 상영된다. 좀더 독특하고 실험적인 애니메이션들은 매니아 섹션에 배정됐다. 동구권 동화를 연상시키는 음산한 톤으로 죽은 소녀를 되살리려는 과학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톱모션애니메이션 <Dr. thorn>, “도대체 나까무라의 비밀이 무엇인가?”를 캐내는 과정으로 점철된 한 남자의 성장을 단순하고도 잔혹하게 묘사한 <나까무라의 비밀>, 짧은 작품 안에서 다채롭게 기법을 바꾸어가며 남자다워야 한다고 강변하는 청년의 기억을 들려주는 <남자다운 수다>, 흩어진 가족을 곰 세 마리 이야기로 우회한 <누구세요?> 등이 마니아들을 위한 성찬이다.

<누구세요>

CGV 섹션은 최근 제작된 단편애니메이션들 중에서 비교적 소개가 덜 된 작품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돼 인기를 끌었던 <슈퍼맨의 비애>는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직장에서는 구박받는 슈퍼맨의 서글픈 일상을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걸러낸 작품이다. 먹고 먹히는 동물들의 세계를 재치있게 풀어간 <Eat UP!>, 시력이 나빠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 남자가 하룻밤 동안 고민하는 <눈 안의 세계>, 정신대가 겪었던 상처를 강렬한 이미지로 대변하는 <붉은 나무> 등을 만날 수 있다. 해외 섹션은 196·70년대에 촉망받는 애니메이터였으나 이제는 부랑아로 전락한 라이언 라킨을 실제로 인터뷰해서 이미지를 덧입한 <라이언>을 비롯해 안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아침이 밝아올 때> 등 7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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