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나의 행위가 지속 가능성을 포함할까?”, <와일딩> 데이비드 앨런 감독
2024-05-30
글 : 정재현

<와일딩>은 환경운동가 이저벨라 트리의 수기를 담은 교양서 <야생 쪽으로>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저벨라 트리는 남편 찰리와 함께 영국의 넵 황무지를 개간해 재야생화를 시행한 다. 데뷔한 이래 평생 “자연사와 인간 드라마를 결합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영화 만들기”를 꿈꾼 데이비드 앨런 감독이 “두 남녀가 여러 고초에 맞서며 손상된 자연을 복원”하는 과정을 담은 책 <야생 쪽으로>를 발견한 순간 느꼈을 환희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데이비드 앨런은 이저벨라와 찰리 부부가 지닌 특권에 집중하며 영화화에 돌입했다고 말한다. “젊은 환경운동가 부부가 자신들 앞에 놓인 대자연이란 특권을 바탕으로 기성 체제에 맞서 대규모 실험을 구상한 일, 그리고 이를 통해 세상에 새로운 의제를 던지려 한 일 자체가 영화적이었다.” 물론 텍스트에 감명 받았다고 해서 이를 제대로 시각화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관객들이 작품에 등장하는 다종다양한 가축을 사랑하게 만들지? 어떻게 관객들이 처음 볼 법한 야생의 식물과 다양한 생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만들지? 게다가 이저벨라와 찰리의 이야기는 20년에 걸쳐 있다. 두 사람이 실험을 시작한 지점과 그들이 목격한 기적적인 생물다양성의 폭발을 보여주는 과학적인 데이터는 많지만 이에 대한 시각적 참고 자료는 거의 없었다. 실제 에피소드의 대단원은 흙 속 벌레와 유기물, 그리고 가시덤불을 가로지르는 가축들의 거주지 이주와 관련이 깊다. 자연스러운 관찰에 의존한다면 이들이 감정적인 고조를 만들 시각적 클라이맥스를 제공할 리 없지 않나. 특히 토양의 변화를 생동감 있는 클라이맥스로 표현하기가 까다로웠다.”

데이비드 앨런 감독은 이전에도 동물 배우와작업한 경력이 있는, 동물 연기 연출의 베테랑이다. 촬영에 동원된 동물 중 연출진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돼지였다. “첫 촬영날 찍은 푸티지가 있다. 암퇘지가 새끼 돼지들을 나뭇잎 이불로 덮어주는 장면인데, 나와 촬영감독 사이먼 드 글랜빌에게 매우 중요한 순간으로 자리 잡았다. 동물들이 서로를 아끼는 모습을 마주한 순간, 가축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를 돌아볼 수 있었다. 야외 연회장에서 준비된 음식을 먹어 치우는 돼지들은 전문 동물 배우다. 이들은 현지 해변의 해초까지 먹어 치우는 연기를 보여줬다. 천재 배우라고 할 수 있다. (웃음)”

데이비드 앨런은 <와일딩>을 “세대를 거듭하며, 우리가 파괴의 정도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점진적으로 진행된 환경파괴를 알리기 위해 할애된 작품”이라 요약하며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환경파괴의 기준선을 감지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와일딩>이 우리가 저버린 손실에 대한 민감성과 이해를 일깨우길 바란다. 산업화된 농업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정 받은 지역에 야생동물이 유입되면서, 오히려 잃어버렸다고 단정한 대자연의 풍부한 경관이 도래할 수 있지 않았나. <와일딩>을 보고 난 후 고정관념을 탈피한 채 주위를 둘러보면 어떨까. ‘나의 행위가 지속 가능성을 포함할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말이다. 영화 속 데릭 고가 말하듯 우리가 자연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지구는 스스로 알아서 치유해갈 것이다.”

비기 힐마스와 존 홉킨스의 음악

<와일딩>을 본 이라면 누구든 대자연의 풍광과 더불어 관객의 감흥을 고양하는 목가적 스코어를 언급할 것이다. <와일딩>의 음악은 비기 힐마스와 존 홉킨스가 맡았다. 대자연을 품은 대표적인 나라 아이슬란드 출신 음악가 비기 힐마스는 사이키델릭 록에 근간을 둔 작곡가로, 프랜시스 맥도먼드 주연의 <HBO> 시리즈 <올리브 키터리지>, 토마스 빈터베르의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의 트레일러에 자신의 음악을 사용하며 인상을 남겼다. 근래엔 다수의 환경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스코어를 담당하며 영화음악감독으로서의 커리어를 이어가는 중이다. “동세대 가장 촉망받는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뉴욕타임스>)이라는 평을 받으며 발표하는 음반마다 비평적 성과를 거두는 영국 출신 뮤지션 존 홉킨스는 브라이언 이노, 콜드플레이 등과 협업한 경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존 홉킨스는 이저벨라 트리의 팬인 친형과의 인연으로 <와일딩>에 참여했다. 데이비드 앨런 감독은 두 작곡가의 음악에 대해 “재야생화의 마법을 이토록 현대적인 사운드트랙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많지 않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제공 서울국제환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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