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시장에 있어서 감독판, 무삭제판, 확장판과 같은 제목들은 그 타이틀의 흥행과 직결되는 보증수표이다.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DVD가 아직 대중화를 이루지 못한 국내에서도 극장과는 ‘조금이라도’ 다른 버전의 영화를 DVD로 선보이는 것이 소비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위대한 유산>에 이어 임창정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오상훈 감독의 신작 <파송송 계란탁>은 DVD를 통해 극장 개봉 이전의 첫 번째 편집본을 뜻하는 ‘A-Cut 버전’을 수록하는 색다른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로써 우리는 극장판에 비해 15분 가량이 추가되어 122분의 상영시간을 갖는 새로운 버전의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아쉽게도 전체적인 극의 흐름을 바꿀만한 중요한 장면은 추가되지 않았다.
물론 그러한 장면은 시나리오 상에서도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더욱 정확하다. 하지만 이 A-Cut은 임창정과 아역배우 이인성이 티격태격하며 부자간의 정이 돈독해지는 과정을 더욱 디테일하게 그려내며 극장판보다 더욱 조밀하게 짜여진 드라마를 선보인다. 이러한 추가장면들은 중반 이후 갑작스럽게 신파조로 돌아서며 관객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극장판의 단점까지 어느 정도 보완하고 있다.
만약 임창정의 원맨쇼에 기댄 코미디가 아닌 훈훈한 인간애가 그려내는 순수한 감동으로 이루어진 <파송송 계란탁>이 맘에 드는 사람이라면 드라마와 코미디 사이에서 엉거주춤하는 극장판보다는 솔직하게 드라마로 밀고나가는 A-Cut을 추천한다.
DVD의 영상과 소리는 훌륭한 수준이다. 국토종단여행을 주된 소재로 하고 있는 만큼 영상에 더욱 관심이 가는데, 아름다운 시골 풍경과 함께 미묘하게 변해가는 두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 또한 잘 포착해내고 있다. 대사와 효과음, 배경음 모두를 자연스럽게 들려준다. 참고로 극장판과 A-Cut 모두 영상과 소리의 사양은 동일하며 실제 체감상으로도 그 차이를 느끼기는 어렵다.
극장에서의 부진했던 흥행 성적 때문인지 두 장의 디스크에 담겨 있는 스페셜 피쳐는 임창정의 장난스러운 입담이 돋보이는 코멘터리와 메이킹 필름, 비하인드 더 씬, 감독 이야기가 전부이다. 임창정은 코멘터리를 통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뒷다마 까는 것’이 코멘터리의 진짜 재미라며 한 시도 쉬지 않고 제작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메이킹 필름에서는 아역배우 이인성에게 연기를 지도하고 그 연기 모습을 지켜보며 마치 자기 자식인 것 마냥 기뻐하는 임창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페셜 피쳐는 대부분 임창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그의 팬이라면 이 DVD를 놓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