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업체들이 겨울장사 죽 쑤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관계자는 극장가 3~4월 비수기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시기에는 전국의 학교들이 일제히 새 학기를 시작하고 중간고사도 겹치는 데다 연휴도 없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주 관객층인 젊은이들의 극장행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꽃놀이’ 시즌까지 맞물려 주말에 극장을 찾아야 할 관객들이 산으로 들로 떠나면서, 영화계는 3~4월을 ‘전통적인 비수기’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로 CGV의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과 2월 전국 극장 관객 수는 각각 1659만과 1455만 명이었지만 3월과 4월에는 796만 명과 895만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또 지난 2003년 역시 1~2월에 2052만여 명이었던 관객이 3~4월에는 1293만 명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영화계 관계자들은 아무리 비수기라고 해도, 올 4월 관객 가뭄이 그 어느 해 보다 극심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5월 초께 정확한 통계 수치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최악의 관객동원 실적을 거두게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두고 관계자들은 “개화 시기가 늦어지는 바람에 꽃놀이 행락객이 4월에 집중적으로 몰렸다”거나 “경기불황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이런 해석에도, 최근 몇 년 같은 기간 극장가 상황과 비교해 보면 오히려 “올 4월 개봉한 영화들이 예년에 비해 약했다”는 지적이 더 맞는 듯 싶다. 지난 2001년 3월31일 개봉한 <친구>는 비수기 개봉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당시 역대 최다 기록인 800만 관객을 동원했다. 또 2002년 <집으로>의 419만 명에 이어, 2003년 <살인의 추억>과 2004년 <어린 신부>도 3~4월 대박을 터뜨렸다.
반면, 지난 1일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동시 개봉한 <주먹이 운다>와 <달콤한 인생>은 기대 밖의 저조한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주먹이 운다>는 전국 140만 명, <달콤한 인생>은 전국 11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동시 개봉이 무리였다”거나 “<달콤한 인생>이 18살 이상 관람가를 받으면서 중학생 관객을 놓쳤다”는 말들이 있지만, 어쨌든 올 4월 초특급 기대작 두 편 모두 관객에게는 ‘매력’이 덜했던 것. 결과적으로 두 영화의 예상 밖 흥행부진은 가뜩이나 비수기인 4월 극장가를 더욱 처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국내 양대 배급사인 쇼박스와 CJ 엔터테인먼트는 각각 상반된 ‘비수기 대처법’을 내놓았다. 쇼박스 홍보 관계자는 “예년과 올해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듯이, 관객에게 소구력이 있는 영화들을 많이 개봉해 비수기를 극복하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CJ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관계자는 “‘어차피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해 배급에서 밀려 관객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영화들을 과감하게 개봉하는 방식으로 비수기를 활용할 수도 있다”며 “<거북이도 난다> 개봉이나 CGV의 한국 단편애니메이션영화제 등이 그 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