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관객평론] 디지털의 재발견, <거칠마루>
2005-05-01

김진성 감독의 액션 연출은 류승완 감독의 액션과는 또 다른 묘미를 가진다. 무술 감독에게 화려한 액션을 최대한 피해달라고 주문할 만큼 감독은 액션연출에 있어서 심혈을 기울인 것 같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액션, 진짜 액션을 보여주려 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에서 우리는 솔직한 액션을 만나 볼 수 있다. 와이어나 다른 어떠한 특수 장비도 사용하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가 놀랍다. 그들은 악추위 속에서 눈밭을 뒹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생생한 무술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무술은 총 11개 종목이 나오는데, 배우들은 실지로 현재 챔피언 생활을 하고 있거나, 경력이 있는 프로들이다. 그만큼 무술액션은 기존의 어떤 영화보다도 풍부하다. 그리고 그것은 진짜다.

비디오 게임방식으로 인물들을 소개하고 공간 설정을 자연으로 한 점은 흡사 시뮬레이션 게임을 보는 듯 하다. 캐릭터에 대한 정성 또한 그것을 뛰어넘어, 영화가 끝난 뒤에는 마음에 드는 캐릭터의 닉네임을 부르며 추종하거나, 얼굴이 그려 넣어진 스티커를 사서 모을지도 모르는 일. 그만큼 캐릭터에는 오락적인 요소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의 내용적인 면이 마냥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무시와 외면 속에서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으려는 노력과 열정에서 잠시나마 숭고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은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에서 볼 때, 감독은 방법적으로는 다를지라도 영화를 통해 누구든지 할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진실에 대한 아름다움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홍콩식 액션과 차별성을 두겠다는 감독의 새로운 시도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세상밖으로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서프라이즈>로 데뷔하기 전부터 기획해왔던 만큼, <거칠마루>에 대한 욕심과 기대가 컸다. 2003년에 비로소 제작에 들어갈 당시, 감독은 적은 예산과 2주라는 짧은 촬영기간 동안에 다양한 컷을 확보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날렵한 디지털 카메라를 필요로 했는지 모른다. 디지털과 액션의 조우. 시나리오가 완고된 다음날 곧바로 촬영에 들어간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연출과 화면 구성으로 영화는 관객을 만난다. 각각의 유단자들이 대련을 펼쳐 보이는 액션 신의 다양한 앵글과 각기 다른 동작의 편집 또한 주목할 만하다. 자유로운 카메라의 이동은 예상치 못했던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한 면에서 보았을 때, 김진성 감독은 저예산이라는 약점과 무술이라는 소재를 잘 버무려 각 특성에게 완충작용을 할 수 있도록 했던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영화의 강점을 발견한 또 하나의 영화이다.

관객평론가 김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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