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트래비스 클로스/ 미국/ 2004년/ 85분
카메라가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인간 아라키 노부요시는 과장된 쇼맨십과 대담한 남성성이 결합된 하나의 괴물과도 같다. 영화는 어떠한 과감도 거치지 않은 채로 아라키 노부요시의 현재와 과거를 경쾌하게 넘나든다.
아라키 노부요시는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일본 출신의 사진작가다. 사실 그의 명성은 ’악명’에 가깝다. 그가 탐미하는 대상은 주로 ’킨바쿠(묶기:Bondage)’를 이용해 피학적으로 능멸당한 여성의 신체이며, 그의 사진에서 드러나는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남성의 시선은 바라보기 불편하다. 2만여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내한 전시회를 성공리에 마친, 세계적인 모델들이 늘 함께 작업하기를 바라 마지않는 노년의 사진작가에게 "성적인 불쾌감과 수치심만을 자극하는 포르노 작가"라는 비난이 여전히 끊이지 않는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미국의 감독 트래비스 클로스는 <아라키멘타리>를 통해 여성의 신체를 소재로 가학적인 사진들을 찍어 논쟁의 화두가 되어온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의 삶을 자근자근 조망한다. 그의 카메라가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인간 아라키 노부요시는 과장된 쇼맨십과 대담한 남성성이 결합된 하나의 괴물과도 같다. 그는 어떤 한계에도 개의치 않으며, 새로운 소재(여성)을 발견하는 순간 흥분을 감추지 않는다(그는 자신이 찍을 여성들의 성기를 사랑스럽다는듯이 토닥거리기도 한다). 아라키라는 괴물의 진면모가 드러나는 때는, 그의 과장된 애티튜드가 ’일본’이라는 닫힌 세계를 역습하며 ’반문화’적인 쾌감을 드러내는 순간들이다. 이런 순간을 찾기위해 <아라키멘타리>는 어떠한 과감도 거치지 않은 채로 아라키 노부요시의 현재와 과거를 경쾌하게 넘나든다.
록가수 비욕이 등장해 "가장 아름다운 아라키의 작품은 그의 아내를 찍은 사진들"이라며 "아라키의 애정이 너무도 깊이 느껴진다"고 술회하는 순간, 다케나카 나오토가 연출한 순정 연애담 <도쿄 맑음>이 아라키의 부인(이자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였던) 요코의 사진과 에세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사실이 기억날 관객도 있을 것이다. 아내의 죽음이 이 논쟁적인 작가를 ’괴물’로 만들었는지, 아니면 ’예술가’로 만들었는지. <아라키멘타리>는 아주 조그마한 힌트를 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