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면의 비밀]
<터미네이터 2> 합성이 아니거든?
2005-05-04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터미네이터 2>가 그 당시 시각적 표현의 한계를 초월한 작품임은 이제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 보아도 어색함을 별로 느끼기 힘든 액체금속 터미네이터 T-1000의 CG 표현, 저예산 영화였던 1편과는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진 퀄리티의 특수 분장과 모형 제작기술 등 <터미네이터 2>는 1990년대 초반 할리우드가 할 수 있었던 모든 기술이 집약적으로 투입된 결과물이었다.

특히 자신과 비슷한 크기라면 경미한 접촉만으로도 똑같은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T-1000의 복제 능력은 극중 여러 장면에서 관객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미 1989년 <백 투 더 퓨처 II>에서 한 장면에 여러 명의 맥플라이 가족이 등장하는 장면이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이 장면은 모두 마이클 J 폭스가 연기한 것) <터미네이터 2>의 경우는 화면 속의 등장인물과 T-1000이 복제한 그 인물이 더욱 현실감있게 한 화면에 잡힌다. 아래 사진의 경비원과 T-1000을 보면 합성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티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장면은 의외로 간단한 트릭으로 만들어졌다. 아니, 트릭이라고 하기도 뭣한 것이, 이 경비원을 연기한 배우들은 일란성 쌍둥이였다. 준비해야 할 것은 둘이 입을 똑같은 옷 뿐이었던 것이다(참고로, 이 두 배우들은 <굿 모닝 베트남>과 <그렘린 2> 등에도 등장한다).

또한, 강인한 여전사 새라 코너 역을 맡았던 린다 해밀턴 역시 레슬리라는 이름의 일란성 쌍둥이가 있어서, 극중 여러 장면에 함께 등장하였다.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은 새라의 악몽 시퀀스. 여기서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아들과 함께 놀고 있는 또 다른 자신에게 도망가라고 외치는 것이 린다 해밀턴이고, 놀이터에 있는 것이 레슬리 해밀턴이다.

클라이맥스에서 새라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존 코너를 회유하던 T-1000의 모습 역시 레슬리가 연기한 것으로, 동일한 모습의 두 인물이 어색하지 않게 한 화면에 잡힌다.

마지막으로, DVD에서만 볼 수 있는 ‘스페셜 에디션’ 버전(극장판보다 15분이 더 길다 / 사진 맨 아래)에서는 차고에 숨어 터미네이터의 CPU를 꺼내는 장면에 린다와 레슬리가 동시에 등장한다. 여기서는 새라가 터미네이터의 머리를 여는 장면이 거울에 비치는데, 이것은 장면의 각도상 카메라맨이 거울에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양쪽에 똑같은 세트를 만들어 놓고 두 사람이 똑같은 동작을 연기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거울 저편의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본인이고, 이쪽의 뒷모습을 보이는 슈워제네거는 모형이다.

이렇듯 <터미네이터 2>의 뛰어난 영상은 대규모의 시각효과가 동원된 가운데 기술만능이라는 오만에 빠지기보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도 효과적인 장면을 만들고자 했던 제작진의 고민에도 그 공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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