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진성 /한국 | 2005년 | 85분
무술의 고수 거칠마루가 결투 신청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하자, 인터넷 사이트 무림지존은 혼란과 흥분에 휩싸인다. 초대를 받은 무술인들은 모두 여덟 명. 택견, 우슈, 복싱, 무에타이 등 다양한 무술을 구사하는 그들은 거칠마루와 대련할 단 한명의 후보를 추리기 위해 눈 덮인 산 속에서 토너먼트를 벌인다. 강력한 우승 후보가 중도 탈락하는가 하면, 패전 기록을 속이는 이도 생겨나고, 이들을 폭력배로 오인한 동네 경찰관이 훼방을 놓는 등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사고가 속출한다. 이들 중에서 과연 누가 최종 후보로 선발될 것인가, 거칠마루는 과연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진정한 고수를 찾아나서는 무술인들의 이야기 <거칠마루>는 여러모로 색다른 시도다. 영화에 출연한 후보 대부분은 전문 배우가 아니라 실제로 각 종목에서 두각을 드러낸 바 있는 대표급 선수들로, 이들이 선보이는 액션에는 와이어나 컴퓨터 그래픽 같은 눈속임이 전혀 없다. “홍콩 영화 스타일의 과장된 액션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액션을 선보이고 싶어서, 진짜 무술인들을 캐스팅했다”는 것이 김진성 감독의 의도. TV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고수를 찾아나서는 무술인 장태식(장필운)의 이야기를 접하고, 호기심과 감동을 동시에 느꼈다는 감독은 그를 비롯 현역 무술인들을 기용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아날로그 인간들’의 소신과 애환을 오롯이 담아냈다.
“도복을 입고 있을 때만큼 최고이고 싶어하는” 이들 무술인들은 “우물을 파는 데 이기고 지는 건 없다”며 승부보다는 과정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2003년 초 단 2주 동안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거칠마루>는 지난한 후반작업을 거쳐 지난 겨울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가, 하이라이트 대결신을 재촬영하고 김C가 등장하는 프롤로그와 나레이션을 덧붙여 버전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