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벌지 대전투> DVD로 되살아난 스펙터클
2005-05-16
글 : 한청남

1944년 겨울, 2차대전의 승리를 눈앞에 둔 연합군이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들떠 있는 가운데, 전차전의 명수 헤슬러 대령이 지휘하는 독일 전차부대가 기습공격을 개시한다. 독일군 특수부대의 파괴활동으로 통신망은 두절되고, 신형 티거 전차는 미군 전차를 압도하면서 파죽지세로 진격해 나간다. 그러나 미군은 독일군이 물량부족에 시달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반격을 준비하는데….

2차대전을 배경으로 전차전을 그린 작품 중 유명한 영화를 꼽으라면 <패튼 대전차 군단>과 함께 이 <벌지 대전투>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전쟁 말기 패색이 짙던 독일이 유럽 전선의 전세를 뒤집고자 20만 병력과 남아있는 전차들을 동원해 아르덴느 지역으로 총공세를 펼쳤던 ‘라인강 수비 작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당시 전선의 형태가 중앙이 돌출되었다 하여 ‘벌지(Bulge) 대전투’라고도 불리게 되었는데 이는 영화의 제목으로 차용되었고, 실제 참전했던 독일 파이퍼 전차단의 요하임 파이퍼 중령을 모델로 냉철한 헤슬러 대령을 그리는 등, 비교적 사실에 근접하게 제작되었다. 물론 <라이언 일병 구하기>같은 최근의 극사실적인 전쟁영화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잘 짜여진 구성으로 전투의 시작에서 종결까지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있다.

헨리 폰다, 찰스 브론슨 등 명배우들의 출연으로도 유명한데, 특히 헤슬러 대령 역의 로버트 쇼는 사실상 주역이라고 할 만큼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그가 나이 어린 전차병들과 판저리트(전차행진곡)를 부르며 전의를 다지는 씬은 전쟁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명장면으로 인식될 정도. 또한 배우들의 호연과 더불어 독일 전차의 활약상은 이 영화의 백미다. 당시 연합군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독일의 괴물 전차 쾨니히스티거(일명 킹타이거)의 위용은 영화 속에서 미군 전차들을 제물로 삼는 모습으로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1965년도 영화지만 DVD로 다시 봐야할 이유는 분명하다. 당시 70mm 테크니컬러 울트라 파나비전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전차부대의 진격 모습과 대평원에서의 전차전을 수평으로 쭉 뻗은 웅장한 와이드 스크린 화면으로 담고 있다. 실제 전쟁에 쓰였던 전차들을 수집해 있는 그대로 영화를 찍었던,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물량공세가 보여주는 스펙터클은 요즘 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감동을 준다. 개봉 당시 필름으로 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화면비를 그대로 살린 DVD야말로 영화의 진수를 맛보게 해주는 도구가 될 것이다. 최신 영화 못지않은 깨끗한 화질도 놀랍지만 전차부대의 중량감과 파괴력을 안방극장에 생생히 전달해주는 사운드 역시 일품. 짧은 메이킹과 인터뷰로 구성된 단출한 부록이 흠이지만, 전쟁을 방불케했던 제작 풍경이나 영국인 배우로서 독일인 대령을 연기한 로버트 쇼의 견해가 흥미롭다.

제작자문을 맡았던 마인라드 장군
로버트 쇼의 인터뷰

역사와 허구 사이에서

영화 속 헤슬러 대령

<벌지 대전투>는 자막을 통해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의 인물과 에피소드를 가미해 제작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그 중 헤슬러 대령의 모델은 당시 SS 제1전차사단 휘하 SS 제1전차연대장이었던 요하임 파이퍼 SS 중령. 마찬가지로 발지 대전투에서 용맹을 떨쳤던 인물이나, 영화 속 헤슬러 대령처럼 전사하진 않았다. 전범으로 사형판결을 받은 그는 석방된 뒤 프랑스에서 은거 생활을 하지만, 1976년 좌익단체의 총격으로 생을 마감한다. 파이퍼 중령이 이끌었던 전차부대 역시 영화와는 좀 다른데, 영화처럼 중량이 큰 쾨니히스티거 보다는 기동성을 중시하여 판터전차와 4호전차를 주력으로 썼다고 한다.

영화 속 몇몇 에피소드도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바스토뉴 지방에서 포위된 101 공수사단이 항복을 권고하는 독일군에게 “돌았냐?”라는 한마디로 거절하는 장면과(TV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도 등장하는 일화) 말메디에서 미군 포로가 학살되는 장면이 그것. 영화 속에서 헤슬러는 포로 학살을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 모델인 파이퍼 중령은 바로 그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DVDTo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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