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눈깜짝할 사이 여인이 된, <스타워즈>의 내털리 포트먼
1999-07-13
글 : 황혜림
“<스타워즈>보다 대학입학이 큰 사건”

소녀는 눈깜짝할 사이 여인이 된다. 킬러 레옹을 “애인”이라고 단호히 말하던 새치름한 소녀 마틸다가 어느새 한 행성을 다스리는 여왕의 위엄을 갖추었다. 11살에 킬러 견습생으로 연기의 문을 두드린 내털리 포트먼(17)은 올 최고의 화제작 <스타워즈>에서 무역연합의 침략에 맞서 나부 행성을 지키려는 여왕 아미달라로 또 한뼘 자란 모습을 보여준다. 가부키 배우처럼 하얗게 얼굴을 덮은 분장 속에 마틸다의 도발적인 눈빛을 숨겨놓고 말이다.

아미달라 여왕은 독특한 가부키풍 의상과 분장으로 <스타워즈>의 캐릭터 중에서도 단연 인기를 끌었다. 14살짜리지만 한 행성을 책임지는 여왕이 되기 위해서 포트먼은 “늘 두통을 앓는” 것처럼 무거운 머리장식을 해야 했고, “캐서린 헵번이나 로렌 바콜처럼 당당한 어조를 연습”하며 목소리를 낮췄다. 포트먼의 아미달라는 제다이의 도움만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직접 총을 들고 적군 교란에 나서는 꽤 당찬 인물. “여왕이 젊은 여성이라는 사실이 정말 좋다. 소녀들은 실제든 영화에 반영된 삶이든 그런 역할 모델을 갖지 못한다.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을 잃고 지성이나 인격, 영혼보다는 외모를 걱정하게 된다. 영리하고 강하고 강력한 아미달라는 좋은 역할 모델이다.” 포트먼은 2002년, 2005년에 나올 <스타워즈 에피소드> 2, 3편의 아미달라로 일찌감치 확정된 상태. 캐스팅 전까지 <스타워즈> 시리즈 한편도 본 적 없다는 포트먼에게 <스타워즈>는 배우로서 새로운 지평을 넓혀가는 계기가 됐다.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대중의 열광 속에 부활한 <스타워즈>는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의 극치로, 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프로젝트. 하지만 97년 샌프란시스코의 루카스 사무실 스카이워커 랜치에서 8년 동안 3편을 찍자는 제안을 받은 포트먼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타워즈>를 할 거란 생각은 날 흥분시켰다. 하지만 결심하기까진 몇주가 걸렸는데, 겨우 14살에 세편의 영화를 계약한다는 건 큰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내 일생중 10년여를 포기하고 연기에 바친다는 의미니까. 내 나이에 결정하긴 어려운 일이었다. 대중들의 눈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 역시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큰 고민거리였다.” 배우로 평생을 살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포트먼에게 <스타워즈>의 선택이 부담스러운 건 당연했다. 이스라엘 태생으로 롱아일랜드에서 자란 포트먼은 10살 때 피자 가게에 들렀다가 아역 모델을 찾던 레브론 관계자에게 발탁됐다. 모델 제의를 받은 포트먼은 연기를 하고 싶어했고, 4살 때부터 춤을 배운 것 외에 연기 공부 근처에도 안 가본 채 오디션을 받으러 다녔다.

11살에 <레옹> 오디션을 본 포트먼은 너무 어리단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잊어버리고 있던 차에 뤽 베송이 더 어린 소녀를 원한다는 전화가 걸려왔고, 포트먼은 깜찍한 단발의 도발적인 소녀 마틸다로 인상적인 데뷔를 했다. 95년 마이클 만의 <히트>에서 문제적 부모 알 파치노의 문제아 딸로 손목을 긋는가 하면, 이듬해 우디 앨런의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에 사춘기 딸로 출연했다. 고교동창회에 참석하러 고향에 돌아온 윌리와 15살 아래인 자신이 천생연분이라 믿는 조숙한 옆집 소녀로 분한 테드 드미의 <뷰티풀 걸즈>는 주연을 제치고 화면을 장악했다는 평을 들은 작품. 팀 버튼의 <화성침공>에도 깜짝 출연했다. 나이보다 조숙한 역할들이 대부분이지만 포트먼은 영화의 캐릭터가 자신을 너무 앞서가지 않도록 조심하는 편. 빨리 성인 연기를 하려는 조급함 대신 성이든, 인생경험이든 영화와 현실의 수위를 적절히 맞춰가는 나름의 자기관리에 야무지달까. 에이드리언 라인의 <로리타>를 포기한 것도, <레옹>에서 뤽 베송이 마틸다의 살인 장면과 누드신을 빼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난 보통으로 자라 보통 삶을 살고 있다. 단지 밖에서 하는 취미로 연기를 가진 것뿐이다.” 방학을 이용해 일하면서 학교 공부에 충실한 덕분에 현재 하바드와 예일대학에 입학허가를 받아놓은 졸업반. 문제엄마 수잔 서랜던과 티격대는 딸로 분한 웨인 왕의 <여기만 빼고 어디든지>가 개봉대기중이고, 임신한 채 남자친구에게 버려진 10대의 이야기 <마음이 있는 곳>,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결혼해 <스타워즈>의 주인공 쌍둥이 루크와 레아 공주를 낳을 <에피소드2>가 줄서 있다. “<스타워즈>나 영화 밖의 세상은 너무나 넓다. 이 영화의 개봉보다 대학을 들어가 독립한다는 일이 더 큰 사건이 될 것”이라는 포트먼. 앞으로도 연기에 모든 주파수를 맞춰놓을 생각은 없다지만 “과연 포기할 수 있을지. 연기는 중독성”이라는 고백 사이로 연기와 함께 성숙해가는 포트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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