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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의 소설 ‘69’를 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쯤 전이다. 정말로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친구의 추천을 받고 읽은 이 책은 틀림없이 당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기는 했지만, 동시에 나는 고등학교 시절을 얼마나 허망하게 보내버리고 말았는가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후회했다. 무조건적인 반항도, 무조건적인 순응도 하지 못한 채 어중간한 상태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3년간의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은 작중의 주인공 켄이 ‘재미있을 것 같아 일단 저지르고 보는’ 갖가지 사건과 너무나 대비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이다’라는 작품의 메시지는 다시 흩어졌던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기도 했다.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판 <69 식스티나인>은 원작의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바리케이트 봉쇄’ ‘교장실 설사 해프닝’ ‘레이디 제인과 앤 머레이’ 등의 주요 사건들을 생생하게 실사로 재현한 것은 물론, 입만 살아있는 켄과 행동하는 젊은이의 표본 아다마를 연기한 츠마부키 사토시와 안도 마사노부의 혈기왕성한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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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츠마부키는 다소 오버액팅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예쁜 여자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테러리스트라도 기꺼이 할 것만 같은 켄이라는 캐릭터에 비교적 잘 들어맞는 편이다. 스토리의 전개에 좀 더 정리가 필요해 보이고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페스티벌 장면이 갑자기 끼어든 듯한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원작의 핵심을 잘 살린 것은 물론 그 자체로도 꽤 재미있는 청춘 영화로서 합격점을 줄 만하다.
DVD는 장면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화면의 다양한 색감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영화의 배경인 항구도시 사세보의 정경도 멋지게 화면에 담았다.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는 테마곡으로 사용된 크림의 노래 "White Room"을 비롯, 곳곳에 삽입된 60년대 음악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부록으로는 두 주연과 감독, 원작자, 각본가 구도 간쿠로(<고> <기사라기 캐츠아이> <제브라맨> 등이 대표작)의 스페셜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바라보는 원작과 작품에 대한 견해를 경청할 수 있으며, 개봉 첫날 무대인사, 안도 마사노부와 이상일 감독의 방한 동영상 등이 실려 있다. 방한 무대인사에서 “츠마부키 사토시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라며 유머러스하게 말문을 연 이상일 감독이 인상적이다. 또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60년대의 각종 쇼프로와 음악, 이름들이 낯설다면 첫 번째 디스크에 있는 용어 해설을 참고할 것.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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