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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식스티나인> 즐겁게 살자고, 돈츄노?
2005-05-23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무라카미 류의 소설 ‘69’를 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쯤 전이다. 정말로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친구의 추천을 받고 읽은 이 책은 틀림없이 당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기는 했지만, 동시에 나는 고등학교 시절을 얼마나 허망하게 보내버리고 말았는가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후회했다. 무조건적인 반항도, 무조건적인 순응도 하지 못한 채 어중간한 상태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3년간의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은 작중의 주인공 켄이 ‘재미있을 것 같아 일단 저지르고 보는’ 갖가지 사건과 너무나 대비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이다’라는 작품의 메시지는 다시 흩어졌던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기도 했다.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판 <69 식스티나인>은 원작의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바리케이트 봉쇄’ ‘교장실 설사 해프닝’ ‘레이디 제인과 앤 머레이’ 등의 주요 사건들을 생생하게 실사로 재현한 것은 물론, 입만 살아있는 켄과 행동하는 젊은이의 표본 아다마를 연기한 츠마부키 사토시와 안도 마사노부의 혈기왕성한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특히 츠마부키는 다소 오버액팅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예쁜 여자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테러리스트라도 기꺼이 할 것만 같은 켄이라는 캐릭터에 비교적 잘 들어맞는 편이다. 스토리의 전개에 좀 더 정리가 필요해 보이고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페스티벌 장면이 갑자기 끼어든 듯한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원작의 핵심을 잘 살린 것은 물론 그 자체로도 꽤 재미있는 청춘 영화로서 합격점을 줄 만하다.

DVD는 장면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화면의 다양한 색감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영화의 배경인 항구도시 사세보의 정경도 멋지게 화면에 담았다.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는 테마곡으로 사용된 크림의 노래 "White Room"을 비롯, 곳곳에 삽입된 60년대 음악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부록으로는 두 주연과 감독, 원작자, 각본가 구도 간쿠로(<고> <기사라기 캐츠아이> <제브라맨> 등이 대표작)의 스페셜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바라보는 원작과 작품에 대한 견해를 경청할 수 있으며, 개봉 첫날 무대인사, 안도 마사노부와 이상일 감독의 방한 동영상 등이 실려 있다. 방한 무대인사에서 “츠마부키 사토시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라며 유머러스하게 말문을 연 이상일 감독이 인상적이다. 또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60년대의 각종 쇼프로와 음악, 이름들이 낯설다면 첫 번째 디스크에 있는 용어 해설을 참고할 것.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디스크 1의 용어 해설
스페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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