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오슨 웰스와 스필버그가 만났을 때, 톰 크루즈 주연의 <우주전쟁>
2005-05-26
글 : 이종도

1938년 10월30일 아침 8시30분, 뉴욕과 뉴저지 주민들은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화성인의 지구 침공 소식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교통은 마비되고 전화는 불통이었다. 주부들은 젖은 행주치마 차림으로 뛰쳐나왔고 사람들은 이삿짐을 꾸렸다. H. G. 웰스의 소설을 오슨 웰스가 만든 라디오 드라마는 미지로부터 온 공포야말로 집단적인 충격과 히스테리의 진원지임을 알려줬다.

스필버그가 톰 크루즈와 손을 잡고 다시 쓰는 오슨 웰스의 신화는 한 문제 많은 노동자의 눈동자에서 시작한다. 레이 페리어(톰 크루즈)의 삶은 뒤죽박죽이다. 가족은 등을 돌리고 있으며 레이는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것에도 헉헉댄다. 그리고 이제 누구나 예상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그의 삶이 변화한다. 작은 동네의 삶은 일련의 파괴적인 침입자의 흔적으로 흔들린다.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한 것이다. 대규모 전방위 공격이 시작되자 레이는 자신의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눈을 뜬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과연 외계인의 무기와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 것인가, 그리고 원작소설의 영웅인 오길비(팀 로빈스)가 어떻게 화성인과 맞서 싸울 것인가이다. 팀 로빈스가 총을 휘두르며 적진을 돌파하는 강인한 이미지로 변신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구인보다 더 진화된 외계인의 공격이라는 설정으로 공포를 자아내고, 가정을 구하는 것이 우주를 구하는 것이라는 스필버그식 세계관이 정서적 안정을 줄 것이라는 예상 말고는 아직 예상 가능한 게 없다. 공개된 첫 트레일러는 H. G. 웰스의 동명소설의 첫 구절을 읊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 누구도 21세기에 인류보다 더 뛰어난 지성을 갖춘 외계인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19세기가 21세기로 바뀌었을 뿐이다.

스필버그는 12년 전 유일하게 남은 우주전쟁의 라디오 방송극 극본을 경매로 사면서 영화화를 꿈꿨다. 오슨 웰스의 상상력을 차용한 <인디펜던스 데이>가 나오지 않았다면 스필버그판 <우주전쟁>은 더 빨리 나왔을 것이다. 스필버그는 톰 크루즈와 함께한다는 사실이 다시 꿈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뉴욕과 뉴저지 그리고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지난해 8월부터 올 3월7일까지 72일간 촬영했다. 제작비는 1억2800만달러.

<우주전쟁> 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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