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메이저 영화제작사인 엠케이(MK) 픽처스가 애니메이션 제작에 뛰어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전문제작사인 오돌또기와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공동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40만부나 팔린 베스트셀러 장편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지음)의 판권 계약을 사계절출판사쪽과 마쳤다. 감독을 맡은 오돌또기의 오성윤(42)씨는 “이번 작업으로 침체된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사실 오 감독은 애니메이션계에서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려온 인물이다. 1989년 애니메이션 일을 처음 시작한 이래 <둘리의 얼음별 대모험> <영혼기병 라젠카> <고인돌> <누들누드> 등 수많은 작업의 제작·기획·프로듀서 등을 맡아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제작해 올여름 극장에서 관객과 만날 인권 애니메이션 <별별 이야기>의 프로듀서도 맡았다. 그런 그가 이제는 감독으로서 첫걸음을 내디디려 한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던 시절, 미술이 가지고 있는 ‘답답함’에 실망감을 느꼈어요. 한정된 장소에서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전달할 수밖에 없는 예술이라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오히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연극에 강한 애착을 느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노동영화 작업을 준비하던 중 우연찮게 <노동자뉴스>에 들어갈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게 되면서 이쪽으로 발을 들이게 된 거죠.”
“닭·오리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 기대해 주세요”
듣고 보니 미술·연극·영화로 이어진 그의 이력은 애니메이션으로 집대성된 듯하다. 오 감독은 자신의 이력을 최대한 살려 이번 작업에 반영할 계획이다. “그림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그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즈니 애니메이터들은 몸으로 직접 연기하며 애니메이션 작업을 한다더군요. <라이온 킹>을 만들 때는 실제 사자를 관찰한 건 물론이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주인공인 닭과 오리를 실제로 키우며 관찰할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고 싶어요.” 연극·영화의 요소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오 감독은 미술 전공자로서의 욕심도 드러낸다. <마당을...>에 동서양 미술의 다양한 기법을 녹여낼 생각이란다. 그는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회화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인간의 시선이 아닌 닭과 오리의 시선, 다시 말해 극단적인 로우앵글로 세상을 바라볼 때 발견할 수 있는 조형적 아름다움을 그려내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이종혁·유승배·이춘백 감독 등 내로라는 스태프들을 ‘삼고초려’하는 심정으로 모셨단다.
“사소한 것으로부터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쁨은 아이들에게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삶의 철학을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충실하다 보면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영화가 될 겁니다. 2~3년 뒤 완성작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