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안녕, 프란체스카> 음성해설 현장을 찾아서
2005-05-30
글 : 한청남

여름의 문턱에서 폭염이 내리쬐기 시작한 5월 29일 일요일. 신사동에 위치한 가디언 녹음실에서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안녕, 프란체스카>의 음성해설 녹음이 진행된다고 하여 찾아가 보았다.

지난 4월 25일 방영된 시즌 1 마지막 회에 가수 신해철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안드레 대교주 역으로 깜짝 출연함으로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안녕, 프란체스카>는, 흡혈귀 가족의 엽기적인 일상사를 소재로 한 MBC의 시트콤. 치렁치렁한 검정 드레스 차림에 무표정한 얼굴로 주위사람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프란체스카 역의 심혜진을 비롯해 이켠, 박슬기, 정려원 등 신예 연기자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 연기가 인기의 비결이다. 특히 허영심 많은 집주인 안성댁으로 출연한 박희진은 독특한 코맹맹이 소리로 극의 코믹한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수많은 ‘프란체스카 폐인’들을 양산시킨 일등공신.

이날 녹음 현장에는 신해철을 비롯한 주요 연기자들이 모두 참석한다고 하여 기대감을 갖게 했다. 드라마 DVD 음성해설에 이처럼 많은 인원들이 참여한 것은 극히 드문 일로, 연출가인 노도철 PD의 DVD 제작에 대한 열의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실감케 했다(그는 드라마 홈페이지에 <안녕, 프란체스카> DVD 출시를 무척 고대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녹음 작업은 오후 3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신정구 드라마 작가와 강명석 대중문화 평론가(그는 노도철 PD의 요청으로 음성해설에 긴급 투입되었다)가 예정보다 일찍 녹음실에 도착해 서로 간에 인사를 나누었다. 이윽고 이어진 두 사람의 열띤 대화에서 <안녕, 프란체스카>의 집필 의도를 들을 수 있었는데, 할리우드 영화들 등 대중문화를 적극 차용함과 동시에 가족 드라마로서 누구나 웃고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 이야기의 요지. 일본의 코믹 만화처럼 일정한 흐름이나 줄거리 없이 한없이 엽기적으로 흘러가도록 했다는 것이 신정구 작가의 설명이다.

또한 제작에 관한 뒷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었다. 너무 뻔한 캐스팅 같아서 주저했다는 신해철의 기용이 예상 외로 성공했다는 일화와 함께, 4주가 더 연장된 시즌 2 중에 작가 본인을 포함한 PD, 스탭 등 연출진들까지도 극에 출연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정구 작가
강명석 대중문화 평론가
음성해설 중인 모습(우측이 노도철 PD)

노도철 PD가 녹음실에 도착하면서 이날의 공식적인 일정이 시작됐는데, 그는 신정구 작가, 강명석 평론가와 함께 1화(파트 1,2)를 감상하면서 본격적인 음성해설에 들어갔다. “관 값이 엄청 비쌌다”, “청바지를 입고 온 것이 맘에 안 들어서 출연자를 짤랐다” 등 제작비화 공개는 그야말로 폭소만발. “첫 화만 보고서 나중에 어떻게 전개될지 상상도 못했다”는 강명석의 말에 노도철 PD는 “처음에는 일부러 호러 분위기 갔지만 보통의 가족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시종일관 웃으면서도 코믹 연출과 그를 뒷받침해주는 효과적인 음악사용의 맥을 집어주는 모습이 역시 전문가들의 음성해설다웠다.

한편으로 연기자 개개인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갔는데, 외부 모니터링 좌석에 앉아있던 이두일과 박슬기는 자신들이 얽힌 우스개 소리에 함께 웃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비광신’의 가호를 받는 반장아줌마 역의 이수나가 실제로는 고스톱을 못 친다거나, 켠 역할로 원래는 가수 김종국을 고려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안성댁 박희진
소피아 대고모 역의 박슬기

첫 번째 음성해설이 끝난 뒤에는 심혜진, 이두일, 박슬기, 이켠, 정려원, 박희진 등이 모인 가운데 2화(파트 3,4)와 7화(파트 13,14) 녹음에 들어갔다. 또한 이 녹음은 출연진들의 화기애애한 대화 모습을 카메라로 담은 ‘영상해설’ 형식으로 DVD에 담길 예정. 비교적 진지했던 앞의 음성해설과는 달리 서로의 엽기적인 모습을 예로 들며 웃고 떠드는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다. 특히 ‘안성댁’ 박희진의 개성적인 목소리는 현장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는 집세 문제로 자신을 설득하려는 화면 속 프란체스카 가족을 향해 애드리브로 “택도 없어, 돈 갖고 와!”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보를 터트렸다.

화면 속 모습에 즐거워하는 연기자들
박희진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는 심혜진

드라마 속에서 늘 구박받던 바보 흡혈귀 이켠과 근엄한 척하던 대고모 역의 박슬기가 화면 밖에서는 다른 연기자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풍경이 이채로웠으며, 안성댁을 대표하는 유행어인 “뭐하는 시츄에이션이야?”가 심혜진을 통해 재현되는 것도 기막힌 광경이었다. 매 장면마다 박장대소하는 그들에게서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가득해 보였다. 7화 녹음 끝자락에서는 “정말 최고의 시트콤 같아”라고 말하는 슬기에게 려원이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안녕, 프란체스카>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최고의 음성해설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7시 반 경에는 마침내 신해철 ‘안드레 대교주’가 몸소 왕림하여 1부 마지막편인 12화(파트 23, 24) 음성해설 녹음에 합류했다. 특유의 시니컬한 말투로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한 그는 “<안녕, 프란체스카>가 자신의 카리스마를 망쳤다”라고 말했지만, 본인의 캐릭터성을 한껏 살린 안드레 대교주 역에 내심 흡족해하는 모습이었다.

대교주의 여유로운 표정
마지막 음성해설을 앞둔 모습

이렇게 녹음된 총 4화의 음성해설은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 1 DVD에 수록될 전망이다(시즌 2에서도 4화를 골라 녹음할 예정). 본편 연출과 동시에 DVD 제작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노도철 PD는 사상 유례가 없는 전 에피소드 음성해설을 목표로 할 정도로 열성을 보였으나, 부득이하게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연기자들이 총출동한 녹음실은 그 어느 음성해설 보다 활기가 넘쳤으며,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과 팬들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이날의 흥겨웠던 분위기를 글로는 미처 다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 아쉬운데, 프란체스카 팬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DVD를 통해 제대로 느껴볼 것을 권하는 바이다. 엽기발랄한 흡혈귀 가족의 삶과 그들의 비밀에 당신도 푹 빠져 폐인이 될지도 모르니까.

<안녕, 프란체스카> DVD는 이렇게 나온다

폐인들의 관심 속에 제작에 들어간 <안녕, 프란체스카> DVD는 오는 7월부터 출시될 예정이다. 방영이 끝난 시즌 1이 우선적으로 발매되는데, 1화에서 12화까지의 본편이 수록된 3장의 디스크와 부록 디스크 1장을 합쳐 총 4장으로 구성된다. 화면비와 음향은 일반적인 TV 드라마답게 1.33:1 스탠더드 사이즈와 돌비 2.0 스테레오를 지원하며 부록은 음성해설, 영상해설과 함께 팬들이 참여한 코스프레 영상이 수록된다.

제작 과정과 제작진, 연기자 인터뷰 등 부가영상은 아직 발매 일정이 잡히지 않은 시즌 2 DVD에 포함될 예정이므로 팬들 입장에서는 좀 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것 같다. MBC 관계자는 미공개 삭제장면도 마련되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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