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05년 리메이크 호러, DVD로 예습하기
2005-05-30
글 : 한청남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올 여름 유난히 리메이크 공포 영화들이 많다. 특히 일본 공포 영화들의 재빠른 할리우드 화는 놀랄 만큼 진전이 빠르다. 사실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이미 아시아 공포 영화들의 상당수가 일본 영화, 보다 자세히 말한다면 <링>의 복제품이나 다름없는(사다코는 이제 상당수 공포 영화들에서 모방을 했다) 영화들을 토해냈다. 특히 한국 공포 영화들의 개념 없는 베끼기는 지나칠 정도였다.

<링 2>의 사마라

대개의 경우 리메이크 영화들은 웬만큼 잘 만들지 않으면 오리지널 팬들의 원성을 사기 마련이다. 더욱이 오리지널의 완성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비판은 더욱 심해진다. 하지만 올해 극장가를 찾는 공포 영화들은 전에 없이 흥미로운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처럼 똑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스타일에서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고어 버빈스키의 <더 링>에서 이미 증명이 되었었다.

현대 공포 영화들의 중심은 철저한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한다. 이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혐오감과 두려움을 주는 영화들이 이제 "보다 많은 자극"을 찾는 이들에게 충분한 볼거리를 안겨주고 있지 않은가. 냉정히 말해서 리메이크 공포 영화들은 한 가지만 충실하면 된다. 본전 생각이 안날 정도로 시청각적 쾌락을 주면 그것으로 제 몫은 다 한 것이다.

현재 극장가에 대기 중인 공포 영화들은 <그루지>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 <링 2> <아비티빌 호러>가 있으며, 첫 테입을 끊은 것은 <하우스 오브 왁스>이다. 또한 제작중인 영화로는 <다크 워터> <안개> 등이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 공포 영화들이 많이 선을 보이는 올 여름. 이들 리메이크를 보기 전에 오리지널 작품을 먼저 본다면, 똑같은 영화라도 좀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아미티빌 호러>는 비디오로만 볼 수 있고, 나머지 작품들은 DVD 타이틀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DVDTopic)

DVD로 발매된 오리지널 영화들

링 2 (1999) vs 링 2 (2005)

고어 버빈스키의 <더 링>이 가져다준 놀라운 상업적 성공은 자연스레 속편에 대한 제작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라센>을 선택할 것인가? 혹은 스즈키 코지의 소설이 아닌 독자적인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링 2>를 선택할지의 여부다. 할리우드는 후자를 택했다. <링>의 신화는 나카타 히데오가 만들었고, 급작스러운 장르 변화를 꾀하는 <라센>보다는 공포 영화의 정통성을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긴 모양이다.

일본판 <링 2>는 냉정히 말해서 급조한 티가 역력히 드러나는 영화다. 치밀하게 준비를 거친 것도 아니라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링>의 엄청난 성공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이 영화는 진짜 속편인 <라센>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전작에서 그대로 이어지긴 하지만, 사다코의 공포를 좀 더 길게 가져가는 것이 <링 2>의 특징. 그녀가 우물 안에서 30년간을 살아 있었다는 소름끼치는 진실이 밝혀지면서, 저주받은 비디오의 가공할만한 공포는 계속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링 2>의 매력은 오리지널에서 간단히 대사로 처리되었던 부분을 보다 디테일하게 묘사한 것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라센>과 달리 머리를 풀어헤친 팬들이 기억하는 사다코 모습 그대로를 다시 만날 수 있다. 이는 그녀의 열성적인 팬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다. 완성도는 비록 떨어지지만, 오리지널과의 연계성을 통해서 매우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으므로 꼼꼼히 감상을 하면 의외의 재밋거리를 찾아낼 수 있는 작품이다. 우물 벽을 기어오르는 사다코의 모습! 그 하나만으로 가치는 충분하다. 국내 발매된 DVD 타이틀은 단품으로도 구입을 할 수 있지만, 가급적 저주 받은 비디오를 부록으로 제공하는 박스판을 권한다. (비트윈 출시)

주온 (2003) vs 그루지 (2004)

<링>의 성공 이후 일본에서는 한 서린 귀신들의 치명적인 저주를 소재로 한 이른바 심령 공포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잔혹함을 강조한 여타 호러물들과는 달리 한 여름의 괴담처럼 등골 오싹한 분위기를 강조한 이런 영화들은 젊은 영화학도였던 시미즈 다카시가 연출한 <주온 비디오판>(2000)에서 절정을 맞이한다.

처참하게 살해된 탓에 저주의 화신이 된 가야코와 토시오 모자는 자신들이 살던 집을 매개로 그곳을 찾는 사람과 그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을 모조리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이러한 죽음의 연쇄는 극장판 <주온>으로 이어지는데, 자원봉사차 문제의 흉가를 찾은 여대생 리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는 사실 전편의 재탕에 가깝다. 하지만 극장판다운 깔끔한 영상과 안정적인 연출은 두 편의 <스파이더맨> 영화로 할리우드의 큰손이 된 샘 레이미를 경악시켰고 <그루지>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되기에 이른다.

재미있는 것은 ‘원작의 공포를 그대로 살려야 한다’는 샘 레이미의 뜻에 따라 사라 미셸 겔러 등 미국인 배우들로 바뀌었을 뿐, 같은 감독에 같은 일본을 배경으로 제작됐다는 점이다. 비록 같은 내용을 공유하고 있지만 지극히 일본적인 공포 영화와 일본 귀신과 마주치게 된 서양인이 나오는 리메이크작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출시된 DVD는 멀티채널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름끼치는 사운드가 일품이며, 주연배우들이 실제로 겪었던 공포체험담 같은 흥미로운 부록을 제공한다. 국내 개봉당시 사람들을 질겁케 했던 포스터의 주인공 토시오군의 천진난만한 모습도 담겨있다. (아이비전 엔터테인먼트 출시)

밀랍인형의 집(1953) vs 하우스 오브 왁스 (2005)

밀랍인형 제작 전문가인 재러드 교수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예술작품을 만들 수 없게 된다. 결국 그가 택한 수단은 진짜 사람을 재료로 한 밀랍인형을 만드는 것.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들과 안치소의 시체들을 이용, 역사상의 끔찍한 일들을 재현해놓은 박물관을 개설한 교수는 가련한 여주인공 수 앨렌이 다음 희생양으로 점찍는다.

<13일의 금요일>이나 <할로윈>처럼 젊은 남녀들을 대상으로 한 살인마의 학살극으로 진행되는 리메이크판과 달리, 1953년도에 제작된 원작 <밀랍인형의 집>은 광기에 사로잡힌 예술가의 파멸극을 그린 영화다. 빨간색과 파란색 셀로판 용지의 입체 안경으로 보는 3-D 영화로 제작되어 당시 관객들을 충격적인 공포로 몰아넣었다고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분명 고리타분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포 영화팬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할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빈센트 프라이스라는 당대의 호러 명배우가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전적인 풍채와 중후한 음성을 지닌 빈센트 프라이스는 윌리엄 캐슬과 로저 코먼의 5~60년대 공포영화들에서 단골로 주역을 맡으며 지금까지도 팬들의 추앙을 받는 인물. 재러드 교수 역을 맡은 그의 카리스마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전 공포물을 구하기 힘든 국내에서 이 작품이 발매되었다는 사실이 놀랍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같은 DVD에 안에 ‘밀랍인형 영화’의 진짜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1933년 미스터리 영화 <밀랍 인형 박물관의 미스터리>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최신 트랜드에 따른 슬래셔 호러에서부터 클래식한 미스터리까지, 밀랍인형이 주는 기괴한 분위기를 다양한 장르로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워너브라더스 홈 비디오 출시)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 (1974) vs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2003)

DVD 출시 제목은 <텍사스 살인마>. 토비 후퍼 감독의 초기작으로, 1970년대를 대표하는 공포영화이자 후대에 심대한 영향을 끼진 장르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텍사스를 여행하던 일련의 젊은이들이 인육을 탐식하는 광인들로 이루어진 일가족의 습격을 받는다는 내용으로, 그 특유의 피비린내 나는 절망적 분위기는 명불허전이다.

하지만 제목이나 그 명성(또는 악명?)만큼 직접적으로 잔인한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오직 연출력으로만 정직하게 승부한다는 점도 이 영화의 장점이다. 극중의 살인마 가족 가운데 얼굴에 가죽을 뒤집어쓰고 전기톱을 휘두르는 ‘레더페이스’는 프레디와 제이슨에 버금가는 가장 인기 있는 공포영화 캐릭터다.

2003년에 제작된 리메이크는 <더 록>의 마이클 베이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 미국에서만 8천만 달러 이상의 흥행 수입을 거두어 현재 프리퀄이 제작중이다. 리메이크 외에도 3편의 속편이 별도로 존재한다. (리스비전 출시)

현재 제작중인 리메이크 기대작

안개 (1980) vs 안개 (2005)

100년 전 침몰한 해적선의 선원들이 강렬한 원한을 가진 유령이 되어 해안가 마을을 다시 습격해 온다! 공황 상태에 빠진 마을은 과연 구원받을 수 있을까? <할로윈>을 통해 할리우드 제도권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존 카펜터 감독의 후속작으로, 밤이 되면 짙은 안개와 함께 스크린을 뒤덮는 독특한 공포 분위기가 인상적인 영화다.

카펜터가 직접 작곡한 음악이 화면의 섬뜩함을 배가시키며, 2.35대 1의 와이드스크린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영상은 DVD로 볼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개봉 후 25년이 지난 지금도 ‘무섭다’는 측면만큼은 전혀 녹슬지 않은 충실한 공포영화다. 이 장르의 열렬한 팬들에게는 80년대의 대표적 호러퀸이었던 제이미 리 커티스와 <사이코>에서 멋진 비명 솜씨를 보여주었던 그녀의 어머니 재닛 리를 함께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울 것이다.

올 여름 공개 예정인 리메이크판은 카펜터가 직접 프로듀서로서 활약하고 있으며 <스티그마타>의 루퍼트 웨인라이트가 메가폰을 잡았다. <스몰빌>에서 클락 켄트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톰 웰링이 주인공 ‘닉 캐슬’ 역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리지널에서 카펜터와 함께 각본과 제작을 맡았던 데브라 힐이 안타깝게도 지난 3월 사망함으로써 그녀의 유작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유니버설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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