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크랭크인
2001-07-18

임권택 감독이 16일 오후 신작 영화 「취화선(醉畵仙)」의 크랭크인에 들어갔다.

첫 촬영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필동 남산한옥마을에서 펼쳐진 「취화선」 제작발표회에는 제작자인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와 정일성 촬영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을 물론 국내외 영화인과 많은 취재진이 몰려 이 영화에 쏠린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유길촌 영화진흥위원장,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창호 영화감독 등도 거장의 새로운 실험을 축하했으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참석차 내한한 프랑스의 제작자 피에르 리시앙과 앙드레 조베르 주한 프랑스 문화원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취화선」은 조선 말기의 천재화가 오원(吾園)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충무로의 노장 3인방인 임권택-이태원-정일성이 「춘향전」 이후 또다시 의기투합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출연진들도 임권택의 새로운 영화실험에 동참한다는 사실에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태원 대표는 '임감독과 함께 숱하게 영화를 만들어봤지만 이번만큼 재미있는 소재는 처음'이라면서 '칸 영화제의 붉은 카펫을 또한번 밟아보겠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축제」 이후 5년 만에 임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영화배우 안성기씨는 '늘 감독님이 불러주시기만 기다려왔다'고 너스레를 떤 뒤 '요즘 촬영현장에 가면 제작진을 통틀어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아 어려웠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마음 편하게 찍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취화선」의 이야기는 1850년대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김선비(안성기)가 길거리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거지소년 장승업(최민식)을 구해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장승업은 천재적인 그림솜씨로 궁궐에까지 불려가는 영예를 안았지만 타고난 방랑벽을 이기지 못해 도망자 신세가 되는가 하면, 이루지 못한 사랑에 괴로워하며 기행을 일삼는다.

동양학자 김용옥씨가 강혜연씨와 함께 민병삼씨의 시나리오 원안을 각색하는 것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4일 미국으로 건너간 김용옥씨는 현지에서 「취화선」의 시나리오를 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화선」에는 한국화의 유려한 필치와 국악의 신비로운 선율이 어우러진다. 추사 김정희, 혜원 신윤복, 단원 김홍도, 겸재 정선 등의 명화를 스크린에 펼쳐보이기 위해 동국대 손연칠 교수와 중앙대 김선두 교수가 문하생과 함께 바삐 붓을 놀리고 있으며 10년 만에 영화음악을 맡은 국악작곡가 김영동씨도 한국화의 곡선에 맞는 가락을 짓고 있다.

타이틀롤에 발탁된 최민식과 기생 매향 역의 유호정 등도 붓 잡는 법을 배우고 단소와 생황을 부는 법을 익히느라 여념이 없다.

최민식은 '한국화와 국악은 머리털 나고 처음 해보는 것들이라 진땀이 날 지경'이라면서 '기능적 측면보다 장승업 선생의 예술혼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더 중요한 만큼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 열심히 연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첫 촬영을 시작한 「취화선」은 19세기말 서울의 종로거리가 재현되는 남양주시 서울종합촬영소를 비롯해 전국을 돌며 촬영을 한 뒤 내년 봄께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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