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줄리언 무어, <한니발>의 스탈링 역에 낙점
2000-03-21
스탈링 만들기
줄리언 무어

비비안 리가 아닌 스칼렛 오하라를 상상할 수 있을까? 혹은, 조디 포스터 없는 클라리스 스탈링을 생각할 수 있을까? <양들의 침묵>의 속편 <한니발> 제작진이 봉착한 가장 큰 걸림돌은 클라리스 캐스팅이었다. 조디 포스터가 감독작 <플로라플럼> 연출에 전념하겠다는 ‘해명’과 함께 <한니발> 출연을 거절하자 유니버설과 리들리 스콧 감독은 애슐리 저드에서 기네스 팰트로까지 숱한 여배우들을 물망에 올렸다. 하지만 더러는 적합치 않았고 더러는 거절했다. 거절한 여배우들의 이유는 그거였다. 클라리스에게서 조디 포스터의 그림자를 지울 수 있겠냐는 것, 조디 포스터와 비교되는 걸 무릅쓰고 굳이 <한니발>에 출연할 이유가 있겠냐는 것. “좋은 감독과 시나리오만 있으면 나라고 클라리스 역을 해낼 수 있다”라는 올해 팔순의 제작자 디노 드 로레티스의 하소연은 캐스팅의 어려움을 잘 말해준다.

몇번의 여과과정을 거쳐 제작진은 4명의 후보를 추려냈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힐러리 스왱크, 케이트 블랑슈, 안젤리나 졸리, 질리언 앤더슨 그리고 줄리언 무어. 이가운데 힐러리 스왱크와 안젤리나 졸리는 나이가 어려서 제쳐졌고, 나머지 두 사람 가운데 스케줄이 헐거운 줄리언 무어에게 낙점이 찍혔다. 줄리언 무어의 출연소식에 <한니발>의 원작자인 토머스 해리스는 간단한 메모쪽지를 보내 “줄리언 무어는 클라리스 스탈링을 연기하기에 완벽한 배우다. 이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 없다”라고 흡족해했다. 무어는 무어다운 클라리스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포스터는 훌륭한 배우이지만 난 그녀를 흉내낼 생각은 없다. 시나리오에서 스탈링을 끄집어내겠다”라는 게 무어의 야심이다.

씨네21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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