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공지영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영화화하는 송해성 감독
2005-06-20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눈물없인 못보는 그런 영화 될겁니다”
송해성 감독(씨네21 자료사진)

<파이란> <역도산>의 송해성(41) 감독이 공지영씨의 장편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영화로 만든다. 3명의 여성을 죽인 사형수와 3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여성의 만남과 소통을 그리게 될 영화의 가제는 <착한 남자>(제작 엘제이 필름).

3명의 여성을 죽인 사형수와
3번 자살 시도했던 여성
서로 위로·구원하는 과정 초점
사형제도 고민기회로도 삼아
가제 <착한 남자>…12월 크랭크인

“주로 남자들의 시선에 서 있다가 여자가 화자로 등장하는 영화를 만드려니까 고민이 되네요. 내가 뭘 아나 싶어서(웃음).” <착한 남자>는 원작소설의 출간부터 영화 판권계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4월에 일본 방송을 출연하려고 도쿄에 머물고 있을 때 프로듀서한테 막 출간된 원작소설을 받았어요. 안락사를 소재로 소설과 비슷한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었던 참이라 참조하라고 건네줬었죠. 그런데 호텔 방에서 새벽 2시에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이런 말하기는 뭣하지만 ‘하느님이 나에게 보내온 선물 같다’는 느낌이 들었죠. 프로듀서에게 바로 판권계약을 요청했어요. 공 작가를 만나니 그분도 영화화되기를 기도했다고 기뻐하셔서 모든 게 빨리 진행될 수 있었죠.”

사형제도에 대한 비판은 소설에서 중요한 주제로 등장한다. “전에는 사형제도에 대한 특정한 입장이 있지 않았는데 소설을 보며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사형제도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국에서 <데드 맨 워킹>이나 <데이비드 게일>같은 영화가 나올만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송 감독은 “어떤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상처받은 남자와 또 다른 상처를 가진 여자가 소통의 창문을 열면서 서로 위로하고 구원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덧붙여 사형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는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공 작가는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 좀 더 목소리를 높이기를 기대했는데 내가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하니까 알아서 만들라고 하더군요(웃음).”

16일 오후 전화통화로 이뤄진 인터뷰를 통해 송 감독은 <역도산>이 끝난 뒤 지금까지 굳게 다물었던 입을 처음 열었다. “영화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도 있겠지만 언론과 네티즌들로부터 거의 테러당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떻게 보면 영화는 감독의 일기장 같은 건데 내가 아무리 못 썼더라도 넌 일기를 왜 이 따위로 쓰냐고 할 수는 없는 거죠. 인터넷에서 ‘쪽바리 영화’ 운운하는 말들을 아들이 볼까 겁 나더라고요. 굉장히 속상해서 앞으로는 인터뷰나 제작발표회 이런 거 아예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죠.” 차기작을 결정하기까지 “거의 복수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소통의 시도를 잘 못한 거니까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는 예의 순한 마음 상태로 돌아왔다.

<효자동 이발사> 시나리오를 썼던 장민석 작가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의 초고가 6월 말쯤 완성될 예정. 함께 손을 보면서 올해 12월 크랭크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30억~40억원대의 중급 규모 예산으로 완성할 예정이며 아직 주연배우 후보의 이름을 꺼내긴 힘들지만 “영화를 통해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들을 관객에게 돌려준다는 봉사정신이 있는 배우와 작업하게 될 것”이라고만 덧붙엿다. “멜로 드라마의 구도지만 이성이 아니라 인간으로 사랑한다는 것, 그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는 여정이라고 볼 수도 있고. 어? 얘기하다 보니까 굉장히 재미 없는 이야기처럼 들리네? 눈물 없이 못보는 그런 영화가 될 겁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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