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맞선도 통역이 되나요? <8월의 일요일들> 촬영현장
2005-06-20
글 : 김수경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HD 독립장편영화 <8월의 일요일들> 촬영현장

“불 잠깐만 켜주시면 안 될까요?” 박홍렬 촬영감독의 목소리가 들린다. 11일 전 인디포럼 개막작으로 자신의 연출작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를 상영했던 장소인 서울아트시네마. 오늘 그는 소니F900 HD카메라를 쥔 촬영감독이다. HD장편 <8월의 일요일들>은 조영각 PD의 표현에 따르면 세칭 ‘독립영화계의 드림팀’으로 꾸려졌다. <돼지꿈> <GOD>로 유명한 이진우 감독은 지난해 슈퍼16mm/HD장편 <얇은 살갗보다 얇은>으로 인디포럼의 폐막을 장식했다. <8월의 일요일들>은 영화제목과 동일한 책 한권을 둘러싼 두 남자 소국(오정세), 호상(임형국)과 한 여자 시내(양은용)의 관계를 건조한 일상을 통해 조명하는 멜로드라마다. 오늘 극장에서 진행되는 3회차 촬영은 헌책방을 경영하는 주인공 소국이 홀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만난 맞선녀와 영화를 보러 온 장면이다. 맞선녀의 심드렁한 반응과 오해가 맞물려 소국은 극장에 혼자 남겨진다.

“상영되는 게 대중영화가 아니니까 뻣뻣하게 마네킹처럼 있으셔야 해요”라는 이 감독의 멘트가 흥미롭다. 몇몇 스탭들이 관객으로 투입되어 좌석을 찾아간다. 2kW 조명이 스크린을 기준으로 왼쪽 앞과 오른쪽 뒤에 하나씩 배치된다. 왼쪽은 반사판으로 빛을 갈라내고, 오른쪽 뒤에는 그린이 덧씌워진다. 주인공 중심이 아닌 “공간을 병렬적으로 배치하고 전체적으로 휑한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이 감독의 의도. 영사하려는 영화의 프린트만 도착하면 촬영 준비는 끝. 한편 극장 밖에서는 <8월의 일요일들>의 투자·배급사인 인디스토리 곽용수 대표, 서울아트시네마의 김노경 사무국장,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이기도 한 조영각 PD, 엑스트라로 출연한 한국독립영화협의회 원승환 국장이 상영작을 정하는 문제로 열띤 토의 중. 언뜻 보면 독립영화계의 총회처럼 보일 지경이다. 결국 <여섯개의 시선> 중 박찬욱 감독의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가 상영작으로 결정되어 촬영에 돌입한다. 붐맨은 287석의 극장 한가운데 통로에 닌자처럼 누워 몸을 숨겼다. 주인공 소국과 동행한 맞선녀가 손에 쥔 팝콘을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감독과 연출부가 논의한 뒤 소국만 움직이는 동선의 84신이 신속하게 진행된다. 화장실에 들러 극장을 나서는 소국의 동선을 잡아내며 낙원상가 서울아트시네마 촬영분은 마무리되었다. 촬영부 막내가 감독에게 플래시를 흔들며 “에∼” 하고 장난을 쳐도 “테러하지 마”라고 친근하게 농으로 받는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가 인상적. <8월의 일요일들>은 CJ-CGV 디지털 장편영화 제작지원작이며 2001년 부산국제영화제 NDIF 프로젝트로 선정된 바 있다. 10월 개봉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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