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의 콘텐츠 강국 일본이 해적판 소탕에 나섰다. 일본의 콘텐츠해외유통촉진기구(이하 CODA)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중국, 홍콩, 대만의 994개 점포를 조사한 결과, 70만7709장의 불법복제물을 단속하고, 59명을 체포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압수한 불법 DVD 중에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아직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은 최근작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참고로 지난 17년간 일본 내에서 회수된 불법복제물은 43만장 정도다.
23개에 달하는 일본의 영상, 음악, 출판물 업계 대표자들이 2002년 설립한 CODA는 해적판 유통을 단속하는 개별적인 노력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가도카와 미디어 그룹의 회장 가도카와 쓰구히코가 의장을 맡고 있는 CODA는 그간 각국의 경찰, 세관 당국과 공동으로 조사를 벌이면서 개별 단속을 하는 경우 소모되는 비용과 절차상의 부담을 줄여왔다. 정품과 복제품을 구분하여 인증된 콘텐츠의 유통을 촉진시키기 위해 “CJ”(Content Japan) 마크를 개발하기도 했다.
CODA가 지난 4개월간 집중 단속하여 압수한 해적판 DVD의 정상가격을 계산한 총액은 970만달러 정도. 그러나 일본 비디오 소프트웨어 협회 출신으로 CODA의 테스크포스를 대표하는 고토 다케로는 이러한 결과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지역은 불법복제물의 천국으로 알려진 중국. 실제로 2003년 한해 동안 중국에서 판매된 일본 콘텐츠의 84%가 불법복제물이며 이로 인한 피해액이 5천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선 마약 거래가 발각될 경우 사형에 처해지지만, 불법 DVD나 CD를 유통시키는 것은 한결 형이 가벼우면서도 투자액의 8배에 가까운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저위험, 고수익” 사업으로 통한다.
이에 CODA는 6월 말 베이징에서 중국의 관계부처 공무원들을 만나 해적판 유통을 막기 위한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불법복제물 판매사업이 기간산업처럼 성행하고 있는 중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논의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일본 콘텐츠 불법복제 행위에 대한 일본 정부 차원의 단속 역시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본부장을 맡고 있는 일본 지적재산전략본부는 지난 6월10일, 지적재산추진계획을 수립하여 각국의 조약을 통해 해적판 확산을 적극적으로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