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영화평론가들, 대단히 화났다. 6월29일 수요일 전세계 대부분에서 동시개봉(한국은 7월7일)될 <우주전쟁>이, 개봉 전에 리뷰가 언론에 공개되지 않도록 엠바고(시한부 보도중지) 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 독일영화평론가협회는 이 정책에 대해 공식적인 항의에 나섰다. 안드레아 디트겐 회장은 “이러한 엠바고가 미국 안에서 일반적이라고는 하지만 독일은 그렇지 않다. 독일법에 의하면 이것은 명백하게 발언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며 분노했다. 협회는 공개서한을 통해, 회원들이 파라마운트(제작·배급)와 UIP(배급사)의 정책을 비판해줄 것을 촉구했다. 나아가 앞으로는 엠바고를 요청하는 영화의 리뷰는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우주전쟁>의 리뷰를 실어야 할 지면에 엠바고를 비판하는 기사를 개재했고, <베를린 모르겐포스트>는 파라마운트를 “세계를 정복하려는” 영화 속 외계인에 비유하기도 했다.
독일의 배급업자도 때로 개봉 전에는 평론가들에게 시사를 하지 않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이 화난 진짜 이유는, <우주전쟁>이 평론가로 하여금 개봉 전에는 리뷰를 쓰지 않겠다는 일종의 기권증서(!)에 사인을 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6월14일 베를린에서 진행된 언론 시사 역시 이들의 심기를 건드렸는데, 해적판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관객을 비디오로 촬영했던 것이다. 독일 언론은 이러한 감시를 과거 동독 비밀 경찰이나 취할 만한 방식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엠바고에 동의하지 않은 일부 독일 평론가들은 개봉 전 리뷰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다소 혼합된 반응이기는 해도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파라마운트는 “전세계에 걸쳐 수요일에 대규모로 개봉하는 영화의 경우, 이러한 엠바고는 많았다”며 독일 언론의 들끓는 비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독일을 제외하면, 동일한 엠바고를 요청받은 다른 나라에서 이런 항의는 단 한건도 없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