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쉘 위 댄스> 수오 마사유키에게서 풍기는 오즈의 향기
2005-07-04
글 : ibuti
영화보다도 경쾌한 음성해설

<쉘 위 댄스> DVD! 참 오랫동안 기다린 물건이다. <쉘 위 댄스>는 일본 평단과 대중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은 것은 물론 미국 개봉 당시 가장 성공적인 외국영화로 기록됐으며, 한국에서도 드물게 성공한 일본영화였다. 그러나 DVD는 구할 수 없었다. 게다가 수오 마사유키 감독 또한 10년이 지나도록 작품을 발표하지 않는 등 이래저래 궁금증만 증폭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리메이크영화의 개봉에 따라 올해 초에 오리지널영화의 DVD(16분 가까이 삭제된 미국 개봉 버전을 수록했다)가 미국에서 출시된 데 이어, 4월엔 제대로 된 일본판 DVD가 선보였다. 그리고 일본판 DVD에 상응하는 품질의 국내판 DVD가 나올 거라는 소식이 들렸고, 감독의 음성해설이 수록된다고도 해서 그간의 사정을 들을 수도 있지 않겠나 싶었다. 마침내 출시된 국내판은 그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고는 있다. 하지만 예전에 나온 LD에 수록됐던 수오 마사유키의 음성해설과 일부 부록을 재사용한 건 아쉽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그런데 음성해설을 듣노라면 그런 아쉬운 감정 따위는 싹 사라진다. 만담 수준에 가까운 수오 마사유키와 동료 작가의 음성해설은 영화보다도 경쾌한 것이어서 2시간16분이란 시간이 언제 지나갔나 싶을 정도다.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도 장면과 스토리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제작 상황에 대한 정겨운 뒷이야기가 막힘없이 이어진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서 따온 배역 이름은 무엇인지, 탐정 에피소드는 미국의 어떤 영화와 연결되는지, 원래 지어놓았던 제목은 무엇이었는지, 미국판 편집은 누가 했는지, 출연한 배우 중 감독과 결혼한 사람이 누군지 궁금한 사람은 DVD를 꼼꼼히 살펴볼 일이다.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부록은 크게 두 부분- 1997년 미국 개봉 때 수오 마사유키가 19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직접 취재한 30분짜리 영상과 DVD 출시에 맞춰 주연배우들과 나눈 1시간여에 이르는 인터뷰- 으로 나뉜다. 그 외, 감독이 말하는 감상 포인트, 본편에서 보지 못한 장면이 수록된 뮤직비디오도 재미있다.

수오 마사유키의 작품에선 그가 존경한다는 오즈 야스지로의 향기가 묻어난다. 그의 극영화 데뷔작 <변태가족, 형의 신부>가 오즈 영화의 스타일과 오즈의 짓궂은 미소를 연상시킨다면, <쉘 위 댄스>는 단아하고 넉넉한 품으로 소시민을 껴안은 오즈의 드라마를 따른 작품이다. 어떤 작품이 오즈 영화의 실체에 가까울까? 어쨌든 분명한 건 수오 마사유키의 다음 작품이 오즈의 신비에 더욱 다가갈 것이란 사실이다.

미국 관객과 만나는 수오 마사유키 감독
다케나카 나오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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