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요양원. 벤치에 앉아 흘러간 과거의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사람.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지 않은가? 아직도 잘 모르겠다면 캐롤 키드가 부른 노래 'When I dream'을 떠올려 보시라.
이 장면은 최근 DVD로 발매된 일본 애니메이션 <R.O.D>의 결말로서, 일본에서 첫 공개 당시 <쉬리>의 그것과 흡사하다고 하여 국내 애니메이션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장면이다. 이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던 2001~2002년 당시 일본에서 한창 <쉬리> 붐이 일었던 것을 감안하면 연출한 이가 <쉬리>에 무척 감명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장면 자체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내용 또한 <쉬리>와 유사한 점이 보이고 있다. <쉬리>의 한석규와 김윤진 커플 같은 남녀사이는 아니지만,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었던 두 여자가 부득이하게 서로 적이 되고 치열한 싸움 끝에 갈등을 해소된 모습을 목가적인 분위기의 결말로 담고 있는 것이다.
새삼 <쉬리>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되새기게 하면서 우리의 문화상품이 일본 애니메이션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키는 진귀한 장면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