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면의 비밀]
<그루지> '이블 데드'를 오마주한 장면
2005-07-15
글 : 한청남

<그루지>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두 편의 <스파이더맨> 영화로 할리우드에서 확고한 위치를 굳힌 샘 레이미가 일본판 <주온>을 감상하면서부터였다. ‘지금까지 본 가장 무서운 영화’라며 극찬을 한 샘 레이미는, 지극히 일본적인 그 공포를 할리우드 영화로 고스란히 옮기기 위해 <주온>의 감독인 시미즈 다카시를 비롯한 일본 제작진들을 그대로 기용하여 <그루지>를 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시미즈 다카시 또한 샘 레이미가 만든 전설적인 호러 영화 <이블 데드>를 보며 자라왔다는 사실. 평소 존경해왔던 감독이 자신을 직접 발탁해준 것에 대해 큰 감동을 받았을 법 한데, 실제로 그는 <그루지> 속에 <이블 데드>의 오마주 씬을 삽입함으로써 선배 호러 거장에 대한 예우를 하고 있다. 단순히 영화만 봐서는 찾기 어렵지만 시미즈 다카시가 음성해설에서 직접 밝히는 오마주 씬은 바로 이 장면.

모든 악몽의 시작은 미국인 대학교수 피터에 대한 가야코의 과도한 집착으로 인해 벌어지게 됐는데, 그 증거인 가야코의 일기장이 마치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듯 저절로 책장을 넘기는 장면이다. 공포영화 팬이라면 여기서 눈치를 챘겠지만 모르는 이들을 위해 부연설명을 하자면, 바로 <이블 데드 2>에서 악마를 소환하는 공포의 책 ‘네크로노미콘’의 책장이 저절로 넘어가는 장면을 오마주한 것이다.

<이블 데드 2> 중에서

여담이지만 일본어로 쓰여진 가야코의 일기장은 샘 레이미의 특별 요청으로 영어로 번역되어 전달되었으며 그는 그 내용을 읽어보고 기겁했다고 전해진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