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절대로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다. 간혹 여주인공이 풍선을 분다.
실제: 가끔 남편이 사용안하겠다고 하다가 ×라 맞는다. 생각지도 않은 동생이 생기기도 한다.
‘영화 속 섹스 대 실제 섹스’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떠돌던 유머 가운데 하나의 항목이다. 아닌게 아니라 베드씬이 자주 등장하는 영화를 보다 보면 꼭 한번씩은 생각이 샛길로 빠진다. 저러다 사고 안나나? 최근에는 ‘만난다-벗는다-한다-입는다’가 무수히 반복되던 <권태>나 남녀의 성을 무겁지 않게 그린 <연애의 목적>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둘다 제대로 피임하지 않았을 때 얼마나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는지 전하는 성교육 영화는 아니므로 감독의 무지라고 책망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래도 드는 생각. 왜 콘돔은 허름한 여관방보다 괄시받는 걸까.
이유는 당연하다. 한참 무르익는 로맨틱한 분위기 한 가운데서 “잠깐만”하고 주인공이 부스럭거리며 콘돔 봉지를 찢는 것만큼 분위기 ‘깨는’ 일이 또 있을까. 그래서 그런지 콘돔이 등장했던 영화 가운데 자신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 하는 콘돔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총알탄 사나이>에서 안전한 섹스를 한다며 두 주인공이 거대한 콘돔을 온 몸에 뒤집어 쓰고 껴안거나 <에스 다이어리>에서 주인공 김선아가 등 돌린 애인을 골탕 먹이기 위해 콘돔으로 물풍선을 만들거나 <몽정기2>에서 오이에 콘돔을 씌워보는 여고생의 엽기적 장난 정도가 떠오른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보면 콘돔이 드라마 속에 등장하면 로맨틱한 분위기를 깰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지나친 근심이다. 제인 캠피언 감독의 <인 더 컷>에는 마초적인 형사와 정사를 나누게 되는 프래니(맥 라이언)가 서랍 속의 콘돔을 남자에게 전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평범한 성인 남녀의 섹스 과정 가운데 삽입된 일부로 ‘저 여자가 임신공포증이 있구나’라거나 ‘분위기 확 깬다’라고 관객이 해석할 만한 여지는 전혀 없는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고 두 사람의 정사는 스크린 속 콘돔 출현을 ‘분위기 냉각’과 동일시하는 혹자들의 근심을 배반하듯 아주 ‘후끈’했다. 개인적으로는 ‘콘돔없는 세상’에서 발견한 신선한 풍경이었다.
성병 예방같은 교과서적인 근심을 차치하고 라도 콘돔은 아이를 원치 않는 성인 남녀 커플들에게 팬티보다 더 필수적인 물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관에 들어가 남녀가 숨가쁘게 옷벗고 부둥켜 안으며 일사천리로 섹스를 하는 영화는 에로틱 드라마가 아니라 액션 어드벤처 영화라고 해야 더 맞는 표현일 것같다. 영화 속에서 점점 늘어나는 ‘쿨’한 연애, ‘쿨’한 섹스, 문제 없다고 본다. 더불어 그에 걸맞는 ‘쿨’한 준비자세도 봤으면 하는게 평범한 성적 상식을 가진 성인여성으로서 기대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