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과 음악의 완벽한 일치를 이뤄내는 게 영화음악의 목표입니다. 음악이 아무리 훌륭해도 영상과 맞지 않으면 좋은 영화음악이라 할 수 없어요. 영화가 좋지 않으면 좋은 영화음악이 나올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죠.” 오는 8월4일 개봉하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감독 박광현)의 음악을 맡은 일본 영화음악계의 거장 히사이시 조(55)는 영화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19일 영화음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84년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음악작업을 시작으로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인연을 맺은 그는 <이웃집 토토로> <붉은 돼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지난해 <하울의 움직이는 성>까지 모두 8편의 작품을 하야오 감독과 함께 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왈츠풍 메인테마는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 삽입되고 휴대전화 벨소리로도 애용되는 등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과 함께 <소나티네> <키즈 리턴> <하나비> <기쿠지로의 여름> 등을 작업하기도 한 그는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음악상을 5차례나 받았다.
유럽 쪽과도 여러 차례 작업한 그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나라의 영화음악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전부터 히사이시 조의 열렬한 팬이었던 박광현 감독이 일본어로 번역한 시나리오를 보냈고, 이를 읽어본 그가 흔쾌히 승락을 한 것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전쟁 속에서도 남북한 군인이 힘을 합쳐 마을을 지켜내고자 하는 희생정신과 휴머니즘에 반해서”라고 한다.
“<웰컴 투 동막골> 영화음악을 굳이 분류하자면 하야오 감독 애니메이션의 음악 스타일보다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 영화의 음악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밝고 환상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좀 무겁고 진중하게 접근했어요. 영화 속 동막골 마을 이야기가 너무나도 아름답고 판타지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현실감이 좀 떨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음악을 통해 무겁게 눌러줌으로써 현실감을 부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시종일관 장엄한 음악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 멧돼지 습격 장면과 같은 곳에선 발랄하고 통통 튀는 음악으로 희극적인 재미를 더한다. 그가 애니메이션 작업에서 많이 선보여온 음악 스타일이다. 그는 “희극적으로 보여져야 할 부분과 현실감이 중시돼야 할 부분 사이에 음악을 달리함으로써 균형을 맞추려 했다”고 설명했다.
“작업을 하다가 영화 가편집본을 봤는데, 감독의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한 장면 한 장면에서 감독이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나더군요. 최선을 다하는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어깨가 무거웠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또 한국영화 작업을 하고 싶다”는 그는 오는 11월3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지난 2001년에 이어 두번째 내한공연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