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가 제작된 지 34년만인 오늘 22일, 종로구에 위치한 필름포럼(구 허리우드 극장)에서 국내 최초 필름 프린트를 통해 상영됐다.
<시계태엽 오렌지>는 8월 발매 예정인 DVD를 홍보하기 위한 이벤트의 일환으로서 지난 7월 14일부터 개최된 리얼판타스틱영화제의 특별 상영작으로 공개되었다. 최근 완화된 영화 심의를 통해 큐브릭 감독이 의도한 무삭제 원본을 필름으로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영화팬들의 관심이 뜨거웠으며, 그를 입증하듯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입장객들이 찾아와 상영관을 가득 메웠다.
상영에 앞서 김홍준 영화제 운영위원장의 간단한 작품 소개가 있었는데, “그간 조악한 화질의 비디오나 제대로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외국산 DVD로 작품을 접했던 사람들에게 있어 극장에서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날 상영의 의의를 피력했다. 또한 그는 “스탠리 큐브릭의 가장 악명 높은 문제작으로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상영이 금지되었던 만큼, 이 작품의 상영이 그 나라가 허용하는 표현수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편으로 <시계태엽 오렌지>를 상영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부산국제영화제나 부천판타스틱영화제 같은 국제영화제들이 문제작들에 대한 심의위원들의 선입견을 없애준 결과가 아닌가”하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익히 잘 알려진 대로 개인의 자유의지에 대한 사회적 제재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담은 <시계태엽 오렌지>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도 폭력성과 선정성이 짙은 작품이다. 강도, 강간을 일삼던 폭력배 알렉스가 정부의 세뇌를 통해 감화되지만 또 다른 폭력의 희생양이 된다는 내용을 예리하면서도 풍자적으로 묘사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치밀하게 구성된 미장센과 적재적소에 쓰인 음악 역시 감독의 완벽주의자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영화 곳곳에 마련된 블랙유머가 긴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하면서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비록 영화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한 상영이었지만 영화가 끝난 뒤 터져 나왔던 박수소리가 DVD에서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계태엽 오렌지>의 필름 상영은 내일(23일)도 있을 예정이며, 8월 중에는 ‘스탠리 큐브릭 박스세트’와 함께 DVD로 선보일 전망이다.